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최근 몇 주간 EU 회원국을 상대로 “미국산 무기를 계속 구매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EU가 미국과 영국 등 비EU 국가의 방위산업체를 공동 방위 프로젝트에서 배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을 추진하는 데 따른 대응이란 분석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외교장관들과 회담에서 “미국 업체들이 EU 무기 조달에서 배제된다면 워싱턴은 이를 부정적으로 볼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메시지는 다른 북유럽 외교관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미국 측 반응은 트럼프 정부가 유럽의 자주적 방위 강화 움직임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유럽 국가들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해 왔으며 실제로 올해 초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축소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해 동맹국들의 우려를 샀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리암 유럽(ReArm Europe)’이라는 방위산업 강화 패키지를 제안하며 1500억유로(약 217조원)를 국방 프로젝트 자금으로 마련하는 대규모 융자 계획을 내놨다. 이 제안은 EU 내 방산기업 중심의 공동 생산 확대를 주요 골자로 하며, 비EU 국가 기업에 사실상 높은 행정적 진입장벽을 둘 가능성이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유럽 동맹국들이 자체 안보 책임을 강화하려는 최근 노력을 환영한다”면서도 “미국 기업들을 배제하는 새로운 장벽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서양 방위 산업 협력은 동맹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지난 2월 독일 뮌헨 안보회의 등에서도 유럽 국가들의 미국 무기 구매를 촉구한 바 있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의 대응이 기존 방침의 연장선이지만 EU의 독자적 방산 강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미국 측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