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정치적 도박 감행, 미국인의 물가 재상승 사태 인내 불확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을 거듭해온 글로벌 자유무역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다른 나라들이 순차적으로 미국에 맞보복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어 글로벌 무역 대전이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은 이번에 적대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핵심 동맹국에도 무차별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곧 이번 조처가 경제를 넘어 외교 안보 분야에도 파장을 미쳐 국제 질서의 재편을 촉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 기본적으로 10%의 관세율을 적용하고, 한국에는 25%를 매기는 등 60여 개별 국가별로 관세율을 차등 설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놀랄 만한 정치적 도박을 감행했다”고 평가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유권자의 인플레이션 분노를 등에 업고 백악관에 복귀했다”면서 “그런 그가 유권자들에게 미국 제조업 재건이라는 먼 미래의 약속을 믿고, 새로운 물가 상승기를 참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관세 전쟁으로 식료품, 자동차, 주택 등의 가격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일부 산업이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다른 분야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세계 각국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경기 둔화가 미국에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경제팀 내부에서는 ‘해방의 날’에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20% 등의 특정 관세율을 적용할지, 아니면 국가별로 차등 관세율을 매길지 논쟁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모든 교역 상대국에 10%의 ‘보편 관세’와 60여 개 주요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최근 공화당과 보수 진영, 월가 등에서는 관세 전쟁에 따른 주가 하락과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시한 채 관세 전쟁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상호 관세를 부과한 뒤 해당 국가와 개별적인 양자 회담을 통해 관세율을 더 올리거나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들도 미국과의 협상을 준비하면서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는 보복 조처를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호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가 미국과의 협상과 동시에 대미 보복 관세 또는 다른 상응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은 연간 3조 달러 규모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대외 무역 적자는 연간 1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면 수입업자가 그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기 마련이다.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이 20%의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가계가 연평균 3400달러를 더 지출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가별 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공 30%, 브라질 10%, 싱가포르 10%, 이스라엘 17% 등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10.4%가 증가한 1278억 달러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 수지는 557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에 이르렀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