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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 폭탄…‘경제 회복’인가 ‘정치 레버리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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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의 ‘해방의 날’ 관세 폭탄…‘경제 회복’인가 ‘정치 레버리지’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전면적인 수입관세 부과 방침을 전세계 교역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가운데 이같은 조치의 실질적 목적과 배경을 둘러싼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3일(현지시각) 야후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상호관세’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품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고 나선 이유는 단순한 보호무역을 넘어 미국의 글로벌 통상 질서를 재편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특정 국가나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되며 사실상 모든 국가에 ‘미국과 대등한 조건’으로 무역에 나서라는 압박을 가하는 성격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이 우리에게 장벽을 치면 우리도 그들에게 장벽을 칠 것”이라며 "이보다 단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조치를 ‘경제 회복’보다는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관세는 경제적 이득을 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유리한 수단”이라며 “한 통화로 전쟁도 멈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도 멕시코·캐나다와의 국경 문제, 중국과의 무역 갈등 등에서 관세 위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한 바 있다. 이번 ‘상호관세’ 역시 외국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고 야후뉴스는 지적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실질적인 산업 회복이나 소비자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이슨 퍼먼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이 조치가 초래할 것은 경제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실업 증가, 자산 가치 하락, 그리고 미국 가정에 대한 사실상의 세금 인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 대한 영향은 즉각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수입 차량 및 부품에 대한 25% 관세가 이번 주부터 적용되면서 차량 가격이 모델에 따라 최대 1만5000달러(약 22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충격도 우려된다.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조차 부품이 국경을 수차례 넘나들며 조립되는데 이 과정에서 관세가 반복적으로 부과되면 제조원가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2018~2019년 미중 무역전쟁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통상 질서의 재편 시도라고 지적한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택스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관세 조치는 세계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수세기 이래 가장 큰 통상 체제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실제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한 가운데 투자 및 공급망 계획을 유보하고 있으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역시 보복관세를 준비 중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