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가 당분간 정부직에서 물러날 예정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희생양이자 방패막이’로 활용하며 여전히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2일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 보수 성향 후보 브래드 쉬멜을 전폭 지원했지만 진보 성향의 수전 크로퍼드에게 10%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머스크는 이 선거에 개인 및 외곽단체를 통해 최소 2500만 달러(약 360억원)를 쏟아부으며 역대 주 대법원 선거 중 최대 규모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130일간의 특별 정부직’ 임기를 마치고 5월 말 또는 6월 초쯤 정부효율부 수장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지만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복수의 측근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내각 회의에서 “머스크의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빠른 업무 추진을 당부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머스크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구 트위터)’를 장악한 점 때문에 공화당 전체의 전략적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고 있다. 머스크는 2024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외곽단체에 1억 달러(약 1350억원)를 지원했고, 총선까지 포함하면 약 3억 달러(약 4500억원)를 정치권에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회피하는 데 있어 효과적인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위스콘신 대법관 선거에서 머스크의 과도한 개입은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유도했으며 쉬멜 판사는 선거 전날 머스크가 개최한 랠리조차 참석하지 않은 채 거리감을 뒀다. 머스크는 치즈 모양 모자를 쓰고 100만 달러짜리 수표를 나눠주는 등의 과장된 퍼포먼스로 논란을 자초했다.
쉬멜 판사는 브라운카운티에서조차 패배했다. 이 지역은 머스크가 대규모 유세를 벌인 곳이지만, 민주당의 조직력이 더 우위를 점했다. 트럼프의 최측근 전략가인 빌 스테피언 전 백악관 정치국장은 “머스크의 존재만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특별 선거는 거의 전적으로 지지층 결집의 문제”라고 말했다.
머스크 측은 선거 직전 자체 여론조사에서 쉬멜이 최대 5%포인트 열세라고 판단했지만 실제 득표 차는 10%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부터 이 선거를 ‘승산 없는 승부’로 보고 적극적인 현장 지원을 자제했으며 공식 지지선언과 맏아들 도널드 주니어의 현장 유세, 온라인 타운홀 참여 등 간접적인 지원에 그쳤다.
한편 머스크는 정부직에서의 성과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정부 효율부 수장을 맡아 규제 혁신을 주도하고자 했지만 연방 관료주의의 장벽에 부딪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130일 내에 대부분의 과제를 끝내겠다”며 복귀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향후 지방 검찰이나 판사 선거 등 소규모 선거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위스콘신주 자동차 판매 규제를 놓고 주 정부를 상대로 테슬라가 소송을 제기한 직후 쉬멜 지지를 선언했으며 하루 최대 500명의 유세 인력을 동원해 문전 방문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에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머스크가 쏟아부은 자금과 관심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공화당 인사들도 향후 머스크의 자금은 받되 공개 유세는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