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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화, 관세 폭탄에 6개월來 최저치로 추락...'신뢰 위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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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달러화, 관세 폭탄에 6개월來 최저치로 추락...'신뢰 위기' 경고

100달러 지폐. 사진=타스/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00달러 지폐. 사진=타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쓰나미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3일(현지시각) 뉴욕 시장에서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전 세계 무역과 경제 성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투자자들은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경고하면서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으로 대피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이날 1.76% 급락한 101.67에 후반 거래되며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지수는 한때 100.98까지 저점을 낮췄다.

유로화와 엔화는 모두 달러 대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유로/달러 환율은 2.4% 상승한 1.1109달러에 거래됐다. 달러/엔 환율은 2.6% 하락한 145.45엔까지 떨어졌다. 달러는 스위스 프랑에 대해서는 3.03% 하락한 0.8554프랑을 기록했다.
달러 지수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약 5%의 랠리를 펼쳤으나 올해 초의 고점 대비 4% 넘게 하락하며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의 상승 폭을 모두 내줬다.

전 세계가 주목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일 관세 발표는 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추락했고 투자자들은 안전한 채권과 금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4.84% 폭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5.97% 폭락하는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도 큰 폭으로 하락하며 기준물인 10년물 수익률은 4.02%까지 떨어졌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인 아문디의 미국 채권 및 통화전략 담당 파레시 우파디야는 블룸버그에 "달러 약세장이 도래했고 포효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경기 침체 위협으로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에 올해 달러가 약세장에서 10%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수십 년에 걸친 세계화를 후퇴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투자자들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도록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는 이날 미국 달러에 대한 신뢰 위기를 경고하면서 "자본 흐름 배분의 주요 변화로 환율 움직임이 무질서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4일 발표될 미국의 3월 고용보고서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월간 비농업 부문의 신규 일자리 수 증가세가 둔화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 달러화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ING의 크리스 터너 통화 전략 책임자는 "미국 금리가 계속 하락하고 있으며 감세나 규제 완화에 대해 미국에서 놀랍도록 좋은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 달러가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 둔화와 노동 시장의 점진적인 냉각 전망으로 투기적 트레이더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처음으로 지난 3월 중순부터 달러 약세 전망으로 돌아선 상태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 관세 직격탄에 맥 못 춰


한편, 이날 달러화는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인 데 반해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상대적 강세 흐름을 보였다.

아시아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의 주요 타깃이 된 가운데 세율이 전망치를 뛰어넘자 이 지역의 성장과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이날 중국 위안화와 태국 바트화가 아시아 통화가치 하락을 주도하며 블룸버그 아시아 달러 지수는 0.3% 하락했다. 베트남 동화는 2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의 수출품에 대해 46%의 관세를 부과했고 태국에 대해서는 36%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 관세가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쁜 수준으로 발표되자 신흥국 통화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협상의 여지와 긴장 완화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이번 관세 조치가 향후 몇 달 동안 신흥시장 전망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시장 심리와 자본 흐름에 미치는 충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원화 가치도 이날 아시아 거래에서 한때 달러 대비 1470원대로 하락했지만, 안전자산 수혜로 일본 엔화가 큰 폭으로 오르자 동반 상승했다. 원화는 달러 대비 뉴욕 시장에서 1451원대로 상승 폭을 확대하며 주요 아시아 신흥국 통화와는 결이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이날 엔화 강세가 가장 돋보인 가운데 원화에 대한 엔화 재정환율은 잠시 100엔당 1000원을 돌파한 뒤 뉴욕 시장 후반 996원대에 거래됐다.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5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엔/원 재정환율의 추가 상승 기대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이후 근 3년 만에 처음으로 100엔당 1000원 시대가 다시 도래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