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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 직격탄 맞은 프랑스 코냑 산업…中 수출 급감 이어 美 타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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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 직격탄 맞은 프랑스 코냑 산업…中 수출 급감 이어 美 타격까지



지난 3일(현지시각) 프랑스 코냑 인근 쥐야크-르-코크의 장 필리우 코냑 하우스에서 와인메이커이자 마스터 블렌더 크리스토프 필리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일(현지시각) 프랑스 코냑 인근 쥐야크-르-코크의 장 필리우 코냑 하우스에서 와인메이커이자 마스터 블렌더 크리스토프 필리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프랑스 남서부 코냑 지역의 5대째 가업을 이어온 장 필리우 코냑 하우스의 대표 크리스토프 필리우는 최근 포도밭 일부를 뿌리째 뽑아내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산 전 제품에 대해 20%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이미 중국과의 무역 긴장으로 타격을 입은 프랑스 코냑 산업에 추가적인 위기가 닥쳤기 때문이다.
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연간 약 30억달러(약 4조4000억원) 규모의 프랑스 코냑 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이 코냑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중국 수출량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코냑 소비국으로 전 세계 코냑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번 관세 부과는 필리우와 같은 중소 생산자들에게 특히 큰 부담이다. 필리우는 “상황을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미 0.5헥타르의 오래된 포도밭을 철거했고 내년에는 추가로 1.5헥타르를 더 뽑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유럽산 와인과 증류주에 대해 최대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미국으로 수출된 프랑스산 코냑은 지난해 기준 10억유로(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 프랑스 와인 전체 수출 중 미국 비중도 높아, 지난해 8% 증가한 23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했다.

크리스토프 필리우는 태국, 베트남, 나이지리아 등지에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고 부채가 거의 없어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도 “이같은 충격은 업계 전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코냑 업계는 이미 팬데믹 당시 급증했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최근 2년간 전 세계 명품 소비 둔화로 판매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코냑산업협회(BNIC)는 올해 2월 생산 한도를 2022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3년 연속 축소했다고 밝혔다. 제롬 수리소 지역자치단체 연합회장은 “위기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단기 인력을 줄이거나 해고하는 업체들이 생기며 지역 실업률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 4000명의 포도 재배자와 함께 코냑 산업에 간접적으로 고용된 인원은 병입, 포장, 오크통, 마개 제조업체 등 포함해 7만명에 달한다. 미국 와인업계에 오크통을 수출하는 100년 전통의 통 제조업체 빅카르드 역시 “고객들이 기존 주문량을 관세만큼 줄이겠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코냑은 17세기 네덜란드 상인들이 기술을 전하며 시작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아일랜드, 영국, 스칸디나비아 상인들이 시장을 개척해온 전통적인 수출 중심 산업이다. 보르도대의 베르트랑 블랑슈통 교수는 “코냑은 본래부터 국제 무역에 의존해 온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2차 세계대전 당시 흑인 미군 병사들이 프랑스에서 코냑을 접한 뒤 본국으로 돌아가 널리 퍼뜨렸고 1990~2000년대 힙합 아티스트들과 NBA 후원 등 마케팅 전략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격 인상으로 인해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이탈하고 있으며 위스키나 데킬라 등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럭셔리 전문 컨설팅 기업 MAD의 토마 메스맹은 “미국 소비자들이 코냑보다 다른 주류를 찾기 시작했다”며 “특히 중저가 제품이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 소비층이 제한적이고 도시 중심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BNIC의 플로랑 모리용 회장은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어렵다”며 “1~2달러만 올려도 소비자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앙블르빌 인근에서 4세대째 농장을 운영 중인 파스칼 뒤퓌는 “레미 마르탱이 내 계약 물량의 절반을 줄였고, 헤네시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매출은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뒤퓌는 코냑 대신 값싼 와인을 만드는 대량 매입업체에 포도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딸이 이 일을 잇지 않겠다고 해 우리 대에서 끝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