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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전기차·배터리 공장 줄줄이 취소…트럼프 재집권 후 ‘청정에너지 투자’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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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전기차·배터리 공장 줄줄이 취소…트럼프 재집권 후 ‘청정에너지 투자’ 급감



지난 2018년 3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레이크 오리언에 위치한 GM 조립공장에서 노동자들이 2018년형 쉐보레 볼트 전기차 차량 하부에 배터리 팩을 연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3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레이크 오리언에 위치한 GM 조립공장에서 노동자들이 2018년형 쉐보레 볼트 전기차 차량 하부에 배터리 팩을 연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적극 추진됐던 청정에너지 관련 공장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수천개의 일자리와 미국 내 친환경 산업의 성장세가 급제동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정에너지 정책 연구기관인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에 따르면 2025년 1분기에만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공장 수십 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2년간 취소된 프로젝트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이 싱크탱크는 밝혔다.

대표적으로 조지아주에 건설될 예정이던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배터리용 열차단재 공장과 애리조나주의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 규모의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이 취소됐다.

톰 테일러 아틀라스 퍼블릭 폴리시 수석 정책분석가는 “현재 미국에서는 제조업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관세, 세금 혜택, 규제 등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가 정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전기차 제조 확대를 촉진했던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 내에서 부품과 광물을 조달하, 배터리를 생산하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공화당이 주도하고 있는 새 조세법안이 이 혜택들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발길이 멈췄다는 설명이다.

프린스턴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 철회 등 정책 변화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을 40%가량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로 인해 이미 투자를 진행 중이던 기업들마저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GM을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전기차 배터리용 열 차단재를 공급하는 애스펀 에어로젤스는 조지아 공장 건설 계획을 전면 취소하고 기존 미국 공장 및 멕시코, 중국 생산시설로 제조를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는 “중국은 이미 전기차 보급률이 50%에 달하는 반면, 북미와 유럽은 아직도 10~15%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자연히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 청정에너지 옹호단체 E2의 밥 키프 사무총장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미시간, 애리조나 등지에서 일자리를 기대하던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며 “그 반사이익은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이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다이애나 퍼크트고트로스 에너지·기후·환경센터 소장은 “강제로 도입된 값비싼 전기차는 서민을 더 가난하고 위험하게 만든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규제 완화 방침을 옹호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공보관은 WP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경제 아젠다는 미국 에너지 산업을 되살리고, 관세를 통해 공정 경쟁을 유도하며,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제조업 투자를 미국에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 연방 정부의 대출을 받기 위해 신청했던 일부 업체들도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2023년 미 에너지부로부터 8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대출 조건부 승인을 받았던 배터리 업체 코어파워는 지난 1월 신규 공장 계획을 접고 기존 공장을 개조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이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근 파산을 신청한 전기차 스타트업 니콜라모터스와 카누도 청정 제조 산업 전반의 위축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기관 로듐그룹의 트레버 하우저 파트너는 “선거 전부터 전기차 시장 전망은 이미 비관적이었다”며 “관세와 무역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투자 중단이 늘어나는 건 당연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조지아주 서배너 공장 계획을 전기차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차 혼합 생산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대규모 신규 공장조차도 ‘전기차 올인’ 전략에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E2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에서 발표된 청정 제조 관련 신규 투자는 1억7600만달러(약 2600억원)로 예년 한 달 평균인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미국청정전력협회(ACP)의 제이슨 그루멧 최고경영자(CEO)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핵심 자재 가격이 갑자기 급등할 수 있다면 기업들이 움직이길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로듐그룹은 미국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를 거의 전량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었지만 이같은 정책 전환으로 청정 제조업이 본격 출발도 전에 좌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