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영국·사우디 등 첫 타격... 중국 등 57개국 대상 추가 관세는 9일 시작
세계 지도자들 협상 타결 모색... 글로벌 증시 이틀간 5조 달러 시가총액 증발
세계 지도자들 협상 타결 모색... 글로벌 증시 이틀간 5조 달러 시가총액 증발

미국 수입업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10% 기본 관세는 5일 오전 12시 1분부터 미국 항구, 공항, 세관 창고에서 발효됐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합의해온 관세 시스템을 전면 거부하는 조치로 평가된다.
호건 로벨스의 무역 변호사이자 트럼프 첫 임기 당시 백악관 무역 고문이었던 켈리 앤 쇼는 "이것은 우리 생애 최대의 단일 무역 조치"라며 "지구상 모든 국가와 거래하는 방식에 있어 지각변동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4일 종가 기준으로 S&P 500 지수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이틀 연속 하락하며 5조 달러나 증발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락했고,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국채로 자금을 옮겼다.
이번 10% 기본 관세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국가는 호주, 영국,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이들 국가는 작년 미국과의 상품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들 국가의 정책이 더 공정했다면 미국과의 무역에서 더 큰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세관 및 국경 보호국은 5일 오전 12시 1분 이전에 선적되거나 미국으로 운송 중인 화물에 대해 51일의 유예 기간을 제공했다. 이 화물은 10% 관세를 피하기 위해 5월 27일까지 미국에 도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11%에서 50%에 이르는 '호혜적' 추가 관세는 9일 오전 12시 1분부터 발효된다. 유럽연합 수입품에는 20%, 중국산 제품에는 34%의 관세가 부과돼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총 관세는 54%에 달하게 된다.
중국은 5일 트럼프의 관세를 전면 거부하며 모든 미국 상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희토류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 등 다양한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더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최종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단결하고 단호하게 서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트럼프와의 협상을 통해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7일 백악관을 방문해 17% 관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며, 24%의 관세를 부과받은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첫 임기 무역전쟁 이후 미국 공급망이 중국에서 이탈하면서 혜택을 받았던 베트남은 46%의 고율 관세 부과 발표 이후 4일 미국과 협상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대만 국가안보회의 의장도 관세 논의를 위해 워싱턴을 방문 중이며, 라이칭테 총통은 5일 기술 기업 경영진들과 모여 32% 관세 대응책을 논의했다.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경제부 장관은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가 자국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트럼프의 측근인 일론 머스크는 "미국과 유럽 간 완전한 무역 자유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제약, 우라늄, 반도체 등 1,000개 제품 범주를 관세에서 면제했으나, 행정부는 이 중 일부에 대한 새로운 관세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