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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4살부터 수능 훈련”…서울 강남 유치원, 경쟁교육 조기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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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P “4살부터 수능 훈련”…서울 강남 유치원, 경쟁교육 조기화 논란

지난 2023년 1월 30일 강원도 춘천시 소재 어린이집의 어린이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3년 1월 30일 강원도 춘천시 소재 어린이집의 어린이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의 일부 고급 유치원에서 만 4살 유아들이 영어로 다섯 문단짜리 에세이를 15분 안에 작성하는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겨냥한 조기 교육의 일환으로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기 경쟁 교육이 아동의 정서 발달을 해치고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등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의 영어 유치원 입시 경쟁이 이미 유아기부터 과열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일부 유치원 입학 시험에는 중고등학교 수준의 문항이 포함돼 있으며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조기 교육이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조기 사교육 과열의 배경에는 ‘헬리콥터 부모’로 불리는 과잉보호형 부모 세대의 불안이 작용하고 있다. 최명희 신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SCMP와 인터뷰에서 “1960~70년대생 부모들이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생존 경쟁을 체화했고 이 경험이 자녀에게까지 투영된 것”이라며 “자녀의 미래를 위해 조기 경쟁에 몰아넣는 경향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치동 일대에서는 유아 대상 영어 유치원 입학 시험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들 유치원에 입학하는 것이 곧 명문 초중고, 나아가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루트’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현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유치원 입학을 위한 사설 학원, 일명 ‘입시 유치원 준비반’ 등록이 보편화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교육 열풍이 아동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억누르고 정서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 교수는 “놀이와 휴식 없이 경쟁만 강요하는 환경에서는 아이들의 자기존중감이 자랄 수 없다”며 “국가적으로 교육 시스템의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조기 학습 경쟁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학벌 중심 문화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 불평등과 아동 발달 저해 우려 속에서 정부 차원의 정책 개입과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