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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날개 잃은 외식업계"…美 후터스 파산 등 캐주얼 레스토랑 줄줄이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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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날개 잃은 외식업계"…美 후터스 파산 등 캐주얼 레스토랑 줄줄이 무너져

후터스 매장. 사진=유로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후터스 매장. 사진=유로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캐주얼 레스토랑 체인 후터스가 파산을 신청했다고 CNN방송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레드랍스터, TGI 프라이데이, 부카디베포 등 미국 외식업계에서 오랜 기간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온 레스토랑 체인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미국의 캐주얼 다이닝 업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중산층 소비자들이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지갑을 닫으면서 이같은 레스토랑들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외식 가격은 약 34% 상승해 같은 기간 전체 인플레이션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어니스트 배스킨 세인트조지스대 식품마케팅학과 교수는 “이들 업체는 평균적인 중산층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었지만 소비자들이 예산을 조이는 시점에서 ‘중간층’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고 밝혔다.
레스토랑 데이터 업체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캐주얼 다이닝 업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0.9% 감소한 반면, 빠르게 식사를 제공하는 패스트푸드(1.0%)와 패스트캐주얼(0.6%) 업계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레이먼드제임스 소속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바카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빠르고 저렴한 식사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레드랍스터가 문을 닫은 플로리다 네이플스 지역에는 치폴레나 칙필레 등 패스트푸드 또는 패스트캐주얼 업체가 대체 입점하고 있다.

후터스는 섹슈얼한 복장으로 유명했던 여성 서버들과 치킨 윙으로 상징되는 ‘브레스트랑’ 이미지를 내세워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경쟁 업체인 버팔로 와일드 윙스와 윙스탑이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고객을 흡수했고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 브랜드 이미지 역시 외면받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후터스는 파산 절차를 거쳐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리브랜딩을 추진할 방침이다.

레드랍스터는 과거 대주주였던 글로벌 새우 공급업체 타이유니언의 경영 실패로 위기를 자초했다. 타이유니언은 기존 납품업체를 정리하고 주요 임직원을 해고했으며 기존에는 한정 기간 제공되던 ‘20달러(약 2만9000원) 무제한 새우’를 상시 메뉴로 전환해 이익 구조를 악화시켰다. 현재 레드랍스터는 새 최고경영자(CEO) 다몰라 아다몰레쿤 체제 하에서 회생을 모색 중이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경우 과도한 할인 마케팅과 동시에 메뉴 가격 인상이라는 이중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며 고객 이탈을 막지 못했다. 아웃백의 지난해 평균 주문 단가는 29달러(약 4만2000원)로, 경쟁사 텍사스 로드하우스보다 6달러(약 9000원), 롱혼 스테이크하우스보다 2.5달러(약 4000원)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칠리스, 텍사스 로드하우스, 올리브 가든 등 일부 체인은 위기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이들은 가격 인상 폭을 줄이고 직원 확충 및 매장 환경 개선에 적극 투자하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인 것이 주효했다. 칠리스의 모회사 브링커는 최근 3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바삭한 치킨 텐더와 모짜렐라 치즈 스틱을 활용한 틱톡 바이럴 마케팅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바카로 애널리스트는 “캐주얼 다이닝 업계에서 승자와 패자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노동력과 고객 경험에 투자한 브랜드들이 살아남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