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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맞대응’ 명분 내세운 트럼프, 실제론 ‘무역적자 벌칙’식 관세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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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맞대응’ 명분 내세운 트럼프, 실제론 ‘무역적자 벌칙’식 관세 계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보복관세가 사실상 다른 나라의 ‘관세율’과는 무관하게 미국과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기준으로 결정됐다고 CNN이 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개최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만들자’ 행사에서 일방적인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이를 ‘해방의 날’로 명명했다.

그는 “이제부터는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만큼 우리도 부과할 것”이라며 ‘상호주의 관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단순화된 계산법에 기반해 관세율이 산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백악관이 제시한 관세 산정 방식은 각국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해당국의 대미 수출액으로 나눈 뒤 1/2을 곱하는 식이다. 여기에 외국의 관세율이나 실질적인 비관세 장벽은 반영되지 않았다. 마이크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시장전략가는 “실제 관세율이 계산에 반영됐다는 흔적은 없다”며 “미국에 큰 무역흑자를 기록한 국가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유럽연합(EU)의 경우 ‘평균 최혜국(MFN) 관세율’은 5%에 불과하지만 “미국 제품에 대한 불투명한 규제 및 관세 시스템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 수준의 장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의 경우 공식 MFN 관세율은 9.4%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비율을 46%로 계산했다. 수입쿼터나 반덤핑 법령 등 ‘비관세 장벽’이 과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방식이 실제 무역장벽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에버코어ISI의 국제정치 전략가 사라 비앙키는 지난 4일 브루킹스연구소 패널 토론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는 대부분은 실제 관세율과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도 “백악관이 내놓은 관세율 산정 방식은 비관세 장벽과도 전혀 무관하다”며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자의적으로 각국을 처벌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무역적자 자체도 반드시 해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로이대 경제학과 존 도브 교수는 “마트에서 장을 보면 나는 그 가게와의 무역수지 적자 상태가 되지만 그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비유했다. 그는 “원하는 물건을 사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그것 자체로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관세 부과가 공장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긴급조치라고 주장하며, 이를 통해 국가 부채 상환 및 세금 감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브 교수는 “이런 식의 전면적인 관세는 오히려 다른 나라들의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며 “세계 경제의 75%가 미국에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오면 어떤 결과가 올지는 뻔하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