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파장 예상보다 심각 진단...경제 활동 급속 둔화

트럼프 대통령이 월가의 예상 수준을 뛰어넘은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그 이후에도 이를 조정할 뜻이 없다고 강조하면서 경기침체와 디스인플레이션을 겨냥하는 쪽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지난주에 15%가 내려가 배럴당 61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속한 경기침체를 막으려고 서둘러 기준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채권 수익률도 급락했다. 경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구리 가격도 지난 2주일 사이에 18%가 떨어졌다.
경제 활동이 크게 둔화하면 관세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압도할 것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동시에 노동 시장이 둔화하고, 소비자는 지출을 줄이고 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올렸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에 이 확률을 20%에서 35%로 올렸다가 관세 파장 등을 고려해 다시 상향 조정한 것이다. 금융 여건의 급격한 긴축과 정책 불확실성의 증가로 기업들의 설비 투자가 애초 예상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이 은행이 내다봤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전날 주주 서한에서 관세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오르고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의 위상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3%로 수정해 제시했다. 이 은행의 브루스 카스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올렸다.
UBS의 조너선 핑글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호 관세 여파로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침체에 빠지는 기술적 침체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뉴욕경제클럽 대담에서 "내가 대화를 나누는 대부분 CEO는 우리가 현재 경기침체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핑크 CEO는 "경제는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약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칼럼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은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면서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미국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완전한 경기침체(full-blown recession)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전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와 반대로 가지 않으면 우리는 스스로 유발한 경제적 핵겨울(economic nuclear winter)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