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주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힌 이후 "경제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3일 연속 급락하고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CEO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 월가 거물들의 우려가 이어지자 주요 기업들도 입장을 바꾸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급 피트니스 체인 '라이프타임 그룹 홀딩스'의 CEO 바흐람 아크라디는 전날 WSJ와 인터뷰에서 "관세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 우리는 세계 경제 안에 있다"며 "이같은 마비와 마찰을 세계 무역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유지된다면 결과는 핵폭탄급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가구업체 이선 앨런의 파룩 카스와리 CEO도 "너무 빠르게 오르면 폐에 물이 찰 수 있다"며 관세 정책을 험준한 등산에 비유하면서 "대통령이 일부 후퇴하는 것도 결코 실패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선 앨런은 전체 생산량의 75%를 북미 지역에서 제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무역 노선을 지지해온 이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의 라이언 코언 CEO는 지난주 X에 올린 글에서 "관세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가 될 것 같다"고 밝혔고, "미국산 1만달러짜리 아이폰이 기다려진다"고 비꼬았다. 게임스톱은 닌텐도가 관세 부담을 이유로 '닌텐도 스위치2'의 미국 사전예약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빌 애크먼 CEO는 지난 주말 SNS에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처럼 가면 우리는 자초한 경제 핵겨울 속으로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된 정부효율부를 이끌어 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자유무역을 강조한 고(故) 밀턴 프리드먼의 인터뷰 영상을 SNS에 공유하며 간접적으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경영자들은 정부의 보복 가능성 때문에 공개 발언을 꺼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제프리 선엔펠드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경영자들이 자신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우려해 개별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주간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과 정치적으로 대립해온 인사들이 근무하는 로펌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행정명령과 조사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요 기업들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관세가 기업 운영과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투자자들로부터 집중 질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0일에는 월마트가 12일에는 델타항공과 웰스파고 등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가구 브랜드 룸앤보드의 브루스 샴포 최고경영자는 "현 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관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 정책이 “경제 번영을 위한 아름다운 조치”라고 거듭 주장하며 "관세는 영구적이면서도 동시에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혀 정책 유연성을 시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