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에 따르면 이들 빅테크 기업은 올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식에 각각 100만달러(약 15억원)씩 기부했으며 최고경영자(CEO)들은 트럼프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하고 신년 만찬 등에도 참여하며 정권과의 유대 강화를 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위시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등이 모두 취임식 무대에 함께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지지에 정책적 보답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발표된 대중국 추가 관세는 애플과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의 공급망과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AI·양자 컴퓨팅 등 미래 기술 분야 연구 예산도 대폭 삭감됐다.
또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는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을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을 강경하게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진보 성향의 기술 규제론자인 게일 슬레이터를 법무부 반독점국장에 지명하며 “실리콘밸리는 수년간 경쟁을 억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해왔다”고 비판했다. 앤드루 퍼거슨 신임 FTC 위원장은 오는 주 메타의 인스타그램·왓츠앱 인수와 관련된 반독점 재판을 직접 주도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기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와도 연장선상에 있다는게 NYT의 지적이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구글과 메타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으며 대통령 본인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검열과 정보 통제’라며 소셜미디어에 돌린 바 있다. 이번 2기 정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기술기업이 너무 오만해졌다”고 공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 업계에 유일하게 완화적 입장을 보이는 분야는 AI 규제다. 그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AI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규제보다는 민간 주도의 발전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 MS, 메타 등은 지난달 백악관에 정부가 간섭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암호화폐 분야에서도 규제 완화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이어져온 연방 정부의 가상자산 단속을 사실상 철회했으며 이로 인해 안드리센 호로위츠 등 벤처 캐피털 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의 대중관세는 애플 등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NYT는 “애플은 전 세계 아이폰 생산의 90%를 중국에서 하는데 이번 관세 인상으로 기존 20%에서 34%로 올라가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기술협회(CTA)의 게리 샤피로 회장은 “이런 관세는 소비자 가격을 높이고 보복 관세를 유발해 미국인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저커버그 CEO는 지난주 백악관을 찾아 FTC의 소송 취하를 요청했고 피차이 CEO를 비롯한 여러 기술기업 수장들이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FTC 수장 퍼거슨은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 소송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히며 “법은 집행돼야 하며 트럼프 대통령도 그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