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관세로 글로벌 전자기기 공급망 혼란...기업들 긴급 대응책 모색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관세로 글로벌 전자기기 공급망 혼란...기업들 긴급 대응책 모색

애플·델·삼성 등 주요 기업들, 관세 시행 전 미국행 선적 서두르고 대체 시장 모색
장기적 무역전쟁 대비해 '미국 외 시장' 전략으로 선회하는 움직임도 확산
애플은 아이폰의 약 30%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기기는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은 아이폰의 약 30%를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기기는 아시아에서 생산된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관세 조치가 발표되자 글로벌 전자기기 업계가 긴급 대응에 나섰다. 애플, 델, 마이크로소프트, 레노버 등 주요 기업들은 관세 시행을 앞두고 아시아 공급업체들에 가능한 한 많은 제품, 특히 3,000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기기를 미국으로 서둘러 출하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한 공급업체 임원은 "고객들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가전제품을 만들고 항공으로 배송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재고가 많은 부품과 재료가 없다는 것이다. 새 관세 시행까지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선적할 수 있는 물량은 한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항공 운송 회사들도 미국 시간으로 4월 8일 자정 이전에 통관을 완료하기 위해 아시아에서 더 많은 항공편을 운항해 달라는 긴급 요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대응은 제각각이다. HP는 처음에는 공급업체에 원래 배송 계획을 고수하도록 지시했다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하고 앞으로 며칠 동안 가능한 한 많은 기기를 배송할 것을 촉구했다.
다른 업체들은 관세 영향이 적은 생산지를 찾고 있다. "이전에 필리핀 대신 베트남을 선택했던 많은 고객들이 지난 며칠 동안 필리핀이 17%의 관세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필리핀 시설에서 제품을 포장하고 배송하는 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 기술 공급업체 임원은 말했다.

HP는 태국과 중국보다 낮은 관세가 적용되는 멕시코에서 생산량을 늘리도록 공급업체에 요청하고 있으며, 일부 생산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것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델은 미국 정부와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베트남 정부에도 미국과 협상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일부 기업들은 타격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일부 공급업체에 2025년 2분기와 3분기 스마트폰 부품 주문을 줄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닌텐도는 스위치 2 콘솔의 미국 선주문을 연기하며 관세의 잠재적 영향을 평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단기적 대응과 함께,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미국 이외 시장에 더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인 레노버는 미국의 관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 및 유럽 시장, 일대일로 국가에 더 집중하도록 지시했다. 에이서도 공급업체들에 아시아 태평양과 유럽과 같은 신흥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수스텍 컴퓨터는 이미 상당한 재고를 쌓았으므로 공급업체에 미국으로의 선적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해진다. 회사는 선적 중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거부했지만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선제적으로 전략적 재고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 공급업체 임원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 구체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24시간, 48시간 또는 72시간 동안만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보복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추가로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애널리스트들은 관세가 소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번스타인 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매출의 약 40%를 북미에서 벌어들이지만 플래그십 아이폰 생산의 80% 이상이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이반 램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과 PC를 포함한 가전제품은 관세 인상을 상쇄하기 위해 소매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날리스는 올해 미국 PC 출하량에 대한 2% 성장 전망을 낮출 가능성이 높으며, 소비자 물가는 20%에서 2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전자 부품 공급업체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 동안 우리는 항상 세계를 '중국 대 비중국'으로 바라보았지만, 트럼프의 상호 관세 이후에는 '미국 대 나머지 세계'의 관점에서 세계를 다시 봐야 한다"며 "세상은 정말 분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