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 부과를 앞두고 조선업 협력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통화에서 조선업과 에너지 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조선업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조선업 분야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매우 중요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한덕수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를 진행한 사실을 언급하며 “훌륭한 통화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통화에서 조선업 외에도 미국 내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은 오는 10일부터 한국산 주요 수출품에 대해 최대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예정으로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조선업과 에너지 분야 협력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안 장관은 이날 “자동차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는 한국 수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는 협상을 통해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관세율 인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방위비 문제도 언급하며 “미국의 강력한 군사 보호에 대한 대가를 한국이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당시부터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다만 대통령 권한대행 측 고위 관계자는 “방위비 문제는 관세 협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세제 감면과 보조금 지급 등 내수 진작책이 포함됐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재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포함한 고위 인사들과 회담을 진행 중이다. 정 본부장은 이번 협상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과 조선업 협력 방안을 함께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 가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구상”이라면서도 “수익성 문제가 있어 미국과의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안 장관은 “우리가 몇몇 전투에서 졌을 수는 있지만 전쟁에서 진 것이 아니다. 이번 전쟁에서도 결코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