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사우디 국부펀드 간의 갈등이 해소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앞두고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11일 사우디에서 첫 차량 판매를 개시한다. 그러나 수도 리야드에서 이슬람 성지 메카까지 이어지는 약 900㎞ 구간의 주요 고속도로에는 충전소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텔레메트리의 샘 아부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사우디 전역에서 팔린 전기차는 2000대에 불과했다”며 “이는 테슬라가 하루 평균 조식 전후로 판매하는 물량보다 적은 수치”라고 밝혔다.
테슬라가 그간 사우디 전기차 시장에 적극 진출하지 못한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CEO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수장 야시르 알 루마이얀 총재 간의 불화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를 비상장사로 전환할 자금이 확보됐다”고 밝힌 뒤 실제 인수 제안이 무산되자 투자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와 알 루마이얀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문자 메시지 내용이 공개되며 양측의 관계는 악화됐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와 행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맡으면서 사우디 측과 관계 개선에 나섰고 트럼프 역시 오는 몇 주 내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택하면서 경제적 교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로버트 모길니츠키 아랍만국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걸프 방문에 맞춰 자사의 시장 포지션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테슬라도 트럼프의 방문 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후 모멘텀을 노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이 전년 대비 13% 줄어든 바 있다. 이는 거의 3년 만에 최악의 실적으로, 머스크의 정치 성향에 대한 반발, 중국 및 유럽 기업과의 경쟁 심화, 모델 Y 리프레시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사우디 내에서도 테슬라가 직면한 과제는 적지 않다. 비야디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장인 카를로스 몬테네그로는 “사우디 운전자들은 연평균 주행거리가 길어 충전 인프라 부족은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우리 고객의 70%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현재 전기차 충전소가 101곳에 불과해 인구가 3분의 1 수준인 아랍에미리트(UAE)의 261곳보다도 뒤처진 상태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기는 경우도 많아 전기차 배터리 효율 저하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비전 2030’의 일환으로 EV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차 인프라 회사’를 출범시켜 2030년까지 전국 충전소 수를 5000곳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주식 전략가는 “중국 등 선도 국가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충전소 확충과 함께 저렴한 장거리 전기차가 등장하면 수요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