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주도하던 세계 전기차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행한 고율 관세 조치로 미국산 전기차 수출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면서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내슈빌 테네시언에 따르면 미국은 2024년 기준 약 17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 조치가 전기차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4%의 보복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치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중국 정부 역시 미국산 전기차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테슬라 등 미국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다 오히려 수출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는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모델인 ‘모델Y’로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 차량은 부품의 약 69%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내슈빌 테네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테슬라의 해외 판매 호조에 제동을 건 인물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성능 면에서도 중국 브랜드가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비야디의 ‘씰’은 중국 내에서 약 2만5000달러(약 3600만원)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샤오미의 첫 고급 세단 ‘SU7’은 6만달러(약 8800만원) 미만 가격대에서 673마력의 출력, 497마일(약 800km) 주행거리, 2.7초의 제로백 성능을 갖춰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차량은 배터리도 20분 만에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내슈빌 테네시언은 “미국이 양질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가격과 스펙 경쟁에서 앞서고 있으며 관세 전쟁이 오히려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요를 높이는 역설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전기차 산업은 그 이후 미국 자동차업계가 다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졌으나 이번 관세 조치로 그 가능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