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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베르사체 인수…“이탈리아 명품 가치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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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다, 베르사체 인수…“이탈리아 명품 가치에 대한 믿음”

프라다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프라다 로고. 사진=로이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미국 패션기업 카프리홀딩스로부터 베르사체를 12억5000만유로(약 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규모가 큰 명품 업계 인수합병(M&A) 사례로 프라다는 이번 인수를 통해 ‘메이드 인 이탈리’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전략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프라다는 이번 인수로 기존 프라다와 미우미우, 고급 제과 브랜드 마르케시, 아메리카컵 요트팀 루나 로사 등으로 구성된 프라다그룹에 베르사체를 추가하게 된다. 프라다그룹은 현재 카슈, 처치스 등 고급 신발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안드레아 구에라 프라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베르사체는 프라다그룹에 새롭고 상호 보완적인 차원을 더해줄 것”이라며 “성공까지는 오랜 여정이 필요하겠지만, 베르사체는 매우 큰 잠재력을 가진 브랜드”라고 밝혔다.
프라다는 이번 인수 자금을 대부분 부채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며 두 기업 이사회 모두 인수안을 승인했다. 인수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거쳐 올해 하반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같은 결정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이탈리아산 명품 브랜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로버트 버크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로버트 버크는 “프라다의 대담하고 야심찬 결정”이라며 “이번 인수는 프라다가 글로벌 무대에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프라다는 명품 시장 침체 속에서도 드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프라다그룹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54억유로(DIR 8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미우미우는 전년 대비 93%라는 폭발적인 소매 성장률을 보이며 그룹 성장을 견인했다.

반면 카프리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카프리는 베르사체 외에도 마이클 코어스, 지미추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베르사체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하락한 8억1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번 매각은 지난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테피스트리(코치·케이트 스페이드 보유)가 카프리 인수를 시도했을 당시 제동을 건 이후 재추진된 셈이다.

이번 인수는 프라다가 과거 인수 실패를 극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프라다는 1999년에도 질샌더, 헬무트 랑 등과 같은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2005~2006년 해당 브랜드들을 모두 매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루카 솔카 번스타인 수석 애널리스트는 “프라다의 인수 성공 경험은 많지 않지만, 이번에는 명확한 시너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프라다와 베르사체는 겉으로는 대조적인 브랜드다. 베르사체는 화려함과 관능미, 남성적 시선과 대담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고, 프라다는 ‘어글리 시크’로 대변되는 반(反)전통적 여성미를 탐구해왔다. 그럼에도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프라다그룹 회장은 “창의성과 장인정신, 전통에 대한 강한 의지와 브랜드 상징성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도나텔라 베르사체다. 1997년 오빠 지아니 베르사체가 피살된 이후 회사를 이끌어온 그는 지난달 최고디자인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다. NYT는 도나텔라가 “브랜드가 다시 가족의 손으로 돌아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프라다가 최근 베르사체의 새 수석디자이너로 선임한 다리오 비탈레는 14년간 미우미우에서 미우치아 프라다의 직속 수석보로 활동한 인물로 이번 인수와 함께 사실상 ‘친정 복귀’로 해석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