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 방문... 미국의 '고립 전략' 맞서 이웃외교 강화
전문가들 "트럼프 관세정책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 높일 것"
전문가들 "트럼프 관세정책이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제적 위상 높일 것"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과 15일에 베트남을 방문한 후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로 이동해 18일에 순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45%로 인상하고, 중국이 모든 미국 상품에 84%의 관세로 보복한 직후 이루어지는 것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시 주석이 방문하는 3개국은 모두 트럼프의 '상호적' 관세 정책에서 높은 세율(캄보디아 49%, 베트남 46%, 말레이시아 24%)을 부과받을 예정이었으나, 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잠시 숨통이 트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 정부에 "집단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향후 3개월 동안 무역 파트너들과 협상을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아세안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행보로 평가된다.
중국은 동남아시아를 주변국 외교 전략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지난해 아세안은 중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었다. 시 주석은 9일 "이웃 외교"를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회의를 주재했는데, 중국 국영 매체 신화통신은 이를 세계가 "중요한 단계"를 겪는 시점에서 더욱 강력한 관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 미국 무역 협상가인 스티븐 올슨은 "트럼프가 세계 무역 관계를 파괴하기로 결심한 상황에서 중국은 규칙 기반 무역의 지도자이자 수호자로 자리매김하고 미국을 불량 국가로 묘사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모든 트럼프의 미친 관세 공세는 결국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특히 중요한데, 올해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전 말레이시아 대사인 일랑고 카루파난은 "이는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의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외교 정책 유지 능력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신흥 시장들이 무역 갈등 속에서 "거대한 잠재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동남아시아행 선적 비중은 2018년 12.8%에서 2024년 16.4%로 증가했으며, 미국의 압박 속에서 이 지역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중국이 무역 제한을 우회하기 위한 생산 기지로 사용한다는 혐의로 높은 관세의 표적이 되었다. 또한, 이 국가들은 값싼 중국 상품이 더 많이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미국을 대체할 수출 시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에 제한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자 이안 총 교수는 "중국 시장 자체는 낮은 소비로 인해 스스로 상품을 흡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라 증권은 보고서에서 "미국 정부가 허점을 막기 위해 '상호 관세'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로 변경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의 순방에서는 경제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같은 민감한 영토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은 모두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펼치고 있다.
총 교수는 "만약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기로 결정한다면, 그들은 워싱턴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