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것처럼" 운영... 메타·HP·델, 90일 유예기간 동안 생산 가속화
투자계획 축소·고용동결 확산... "2025년은 끝난 것" 비관론 고조
투자계획 축소·고용동결 확산... "2025년은 끝난 것" 비관론 고조

이들은 며칠 또는 그 이내에 생산과 배송 계획을 180도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의 "상호적" 관세 발효 직후, HP, 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은 공급업체들에 동남아시아와 중국발 미국행 선적을 대부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트럼프가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해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많은 계획이 번복됐다.
특히 HP, 델, 메타는 90일의 유예 기간 동안 공급업체들에 베트남과 태국에서 더 많은 부품을 준비하고 제품 조립을 서두르도록 요청했다. 이는 7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중단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이것은 팬데믹 때보다 더 나쁘다. 팬데믹 때는 적어도 단기와 중기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다"고 한 서버 부품 공급업체 임원은 토로했다. "9일에 고객들과 함께 결정한 모든 것이 이제 쓰레기가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애플, 삼성, 구글의 주요 공급업체 매니저는 "머리가 빙빙 돌고 있고, 어떤 것도 마무리하기가 정말 어렵다"며 "마치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몇 분마다 완전히 다른 위기를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임원은 9일 태국의 일일 생산량이 관세 발효 전보다 80%나 감소했다가 10일 아침에 다시 100% 정상화됐다고 전했다. 90일간의 예상치 못한 유예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급변하는 상황은 비즈니스 환경의 예측 불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이폰 조립업체 임원은 "세계 시장 질서는 이미 심각하게 혼란에 빠졌다"며 "예측할 전망은 없다.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북 제조업체 공급업체 임원은 "모든 고객 브랜드로부터 5월의 모든 주문과 예측은 계산되지 않으며 계획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미래에 대한 가시성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부품 공급업체 임원 6명은 올해 사업 계획을 검토 중이며,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2025년 자본 지출 계획을 삭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 임원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역풍을 극복하기 위해 더 많은 현금을 비축해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 및 장비 구매 지출을 줄이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 업체는 "여행 경비를 포함한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고, 고용 동결을 시작했다"며 "기본적으로 관세가 몇 달 동안 유지된다면 2025년은 끝날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마크로닉스 인터내셔널의 C.Y. 루 사장은 "업계 전체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지 않다"며 "가장 좋은 접근법은 멈추고, 듣고, 모니터링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상황에 따라 일부 기업은 미국으로 아예 배송하지 않거나, 미국 내 생산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윌리 시 교수는 관세 전쟁이 제조업 투자를 "매우 제한적인 방식으로" 미국으로 다시 이끌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스포츠 경기에서 5분마다 규칙이 바뀐다고 상상해 보라. 기업들은 그렇게 많은 불확실성을 가지고 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타이완경제연구소의 치우 시팡 분석가는 "비용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더 걱정스러운 것은 글로벌 시장의 혼란"이라며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대한 주문과 시장 가시성의 상당한 불투명성이 있고, 시장 수요가 둔화될 경우 현재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선적은 유휴 재고가 될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