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중국-EU 연대 모색
산체스 스페인 총리, 관세전쟁 속 중국 방문한 첫 유럽 지도자로 주목
산체스 스페인 총리, 관세전쟁 속 중국 방문한 첫 유럽 지도자로 주목

"관세 전쟁에서 승자는 없으며 세계에 맞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가격리로 귀결된다"고 시 주석은 국영 통신사 신화사를 통해 전했다. 그는 "지난 70년 동안 중국의 성장은 자립과 근면에 힘입어 이루어졌으며, 결코 다른 나라의 호의에 의존하지 않았고 불합리한 억압에 직면하여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이에 맞서 미국산 상품에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 직후 이루어졌다. 산체스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중국을 방문한 최초의 유럽 지도자로, 이번 방문은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유럽의 입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으로 여겨진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같은 날 "국제사회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미국은 무모하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보복이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의 공동 이익을 보호하고, 인류가 힘이 정의를 만드는 무법천지 정글로 퇴행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체스 총리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중국이 보다 균형 잡힌 관계를 맺고자 하는 스페인과 유럽 모두의 정당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EU와 중국의 관계가 "균형이 잡히지 않고 중국의 이익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진행 중인 관세 전쟁과 관련해 "세계는 중국과 미국이 모두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과학, 혁신, 기술, 교육 및 영화 제작 분야를 포괄하는 4개의 새로운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스페인산 돼지고기와 체리 수출에 관한 두 개의 의정서도 서명되었다. 중국은 스페인 돼지고기의 거대한 시장으로, 중국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의 관세 조치는 브뤼셀과 베이징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뤼셀은 미국의 조치에 대응하여 90일 동안 보복 조치를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베이징과 브뤼셀은 최근 몇 년 동안 무역을 놓고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EU는 철강, 전기 자동차 및 배터리와 같은 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에 대해 반복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도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산체스 총리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한 EU의 관세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으며, 이번 방문을 통해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과 엔비젼 에너지(Envision Energy)로부터 중국 투자를 확보하는 성과도 거두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이번 주 리창(李強) 중국 총리와 통화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두 시장인 유럽과 중국이 자유롭고 공정하며 공평한 경쟁의 장에 기반을 둔 강력한 개혁된 무역 시스템을 지지해야 할 책임"을 강조했다.
두 사람은 또한 "무역 우회 가능성을 추적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모든 진전이 적절하게 처리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푸단대학교 중국-유럽관계센터 소장 지안준보(廮軍國)는 산체스 총리의 중국 방문이 지난해 유럽연합(EU)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스페인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건설적이고 실용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의 정책으로 촉발된 글로벌 불안 속에서 이번 방문은 중국 시장과의 강력한 참여가 미국 관세의 부작용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진핑 주석은 다음 주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함으로써 관세 부과 이후 동남아시아에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