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가치는 급락했고 미국 국채 금리는 2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투자자 불안을 반영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에 맞서 보복 조치를 단행한 이후 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주간 기준으로 지난 2001년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채권 가격 하락과 함께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고,금 가격은 거래 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자산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배경에는 중국이 미 국채를 대거 매도하고 있다는 시장의 추정이 있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 압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기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따르면 철강과 알루미늄 등 산업용 금속 가격이 관세 여파로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커머카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빌 애덤스는 “관세 인상은 향후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기존 통계보다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경기 전망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 심리도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미시간대학교가 이날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 기준 50.8로 전달의 57.0보다 크게 하락해 198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5.0%에서 6.7%로 급등했다. 해당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의 신뢰도 하락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장의 불안정성에도 낙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에어포스원 탑승 중 기자들에게 “달러는 곧 크게 오를 것”이라며 “채권 시장은 잠시 흔들렸지만 내가 신속히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공정하게 하기를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중국 이외 국가들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관세 유예 조치를 적용하고 있으며 현재 75개국 이상이 무역 협상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의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같은 날 베이징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과 유럽연합은 일방적인 괴롭힘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혀 미국을 겨냥했다.
양국의 상호 관세 인상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6500억 달러(약 929조원) 규모의 미중 교역이 사실상 마비되며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큰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