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발표한 ‘상호주의 관세’의 전면 시행을 연기한다고 밝혔지만 유럽산 수출품에 대해선 여전히 1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ECB가 보다 과감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ECB가 기준금리를 현재 2.5%에서 0.25%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0.5%포인트로 인하 폭을 두 배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12일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유로존 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할 때 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본계 금융사 노무라는 미국의 10% 관세가 유로존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3%포인트 가량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ECB 전망치였던 0.9% 성장률에서 3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업과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경기 회복세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로이터는 “EU가 미국에 대해 강경한 보복 조치를 하지 않는 한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과장된 것”이라며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를 맞고 있는 중국이 유럽 시장에 저가 제품을 대거 수출하면서 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국방비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이같은 재정 부양 효과는 단기간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악사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질 무에크는 “관세는 지금 당장 충격을 주지만 재정정책은 몇 년 뒤에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로화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 대비 약 10% 절상됐으며 이 역시 수입물가를 낮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CB는 지난해 6월 이후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에 걸쳐 인하해 2.5%까지 낮췄으며 양적완화로 보유했던 채권을 점차 축소하는 양적긴축도 병행하고 있다. 피에로 치폴로네 ECB 집행이사는 이달 초 양적긴축 정책으로 인해 시중은행 대출이 약 750억 유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로이터는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금리를 2%로 낮추더라도 양적긴축을 병행하면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로이터가 지난 7~9일 실시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71명 중 61명이 ECB가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올해 하반기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으며 중간값은 2.0%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