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286개 중국 기업 1.1조 달러 시가총액... "모든 옵션 테이블 위에"
전문가들 "알리바바 사례처럼 역사 반복될 것... 홍콩 거래소 지배적 위치 강화"
전문가들 "알리바바 사례처럼 역사 반복될 것... 홍콩 거래소 지배적 위치 강화"

증권중개인협회의 톰 찬 팍람 명예 회장은 "이들 기업은 자금 조달을 위해 홍콩에서 2차 상장 또는 이중 1차 상장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는 기업공개(IPO)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말 기준 뉴욕증권거래소(NYSE), 나스닥, NYSE 아메리칸에는 총 286개의 중국 기업이 상장되어 있으며, 시가총액은 1조 1천억 달러에 달한다. 2024년 1월 이후에만 48개 중국 본토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자율주행차 회사 포니닷아이(Pony.ai)와 지리자동차의 전기차 사업부 지커(Zeekr) 등을 포함해 총 21억 달러를 조달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중국 주식을 미국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이들 기업의 미래가 불확실해졌다. "나는 모든 것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베센트는 Fox Business Network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찬 회장은 2020년 12월 외국기업회계법(HFCAA)이 도입된 후 중국 기업들이 상장폐지 위협에 직면했을 때, 알리바바 그룹, 넷이즈, JD.com 등 주요 중국 기업들이 모두 홍콩에서 2차 상장 또는 이중 1차 상장을 선택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역사는 다시 반복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HFCAA는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의 감사인이 미국 공개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감사 규칙을 준수하도록 요구하며, 3년 연속 규정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상장 폐지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미국과 중국 규제 기관이 PCAOB가 홍콩에서 감사 검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합의에 도달하면서 이 위협은 완화된 바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신용 조사 회사 크레딧사이츠의 저를리나 쩡 선임 신용 분석가는 "미국이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감사 합의로 상장폐지 위협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며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경우 상장폐지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장폐지는 행정명령에 따라 이루어질 수도 있다. 2021년 NYSE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한 행정명령에 따라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텔레콤, 차이나 유니콤을 상장 폐지했다"고 쩡은 설명했다. 그녀는 이러한 상황이 홍콩에 '위장된 축복'이 될 수 있으며, 홍콩 증권거래소를 중국 기업의 주식과 채권에 대한 더욱 지배적인 상장 장소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는 이미 2022년 1월 미국이나 영국에서 거래되는 기업의 2차 상장 기준을 완화해 최소 가치액을 30억 홍콩달러(약 3억 8,480만 달러)로 낮췄다. 이는 이전의 최소 상장 금액인 400억 홍콩달러에서 대폭 감소한 수치다. 또한, 지난 12월에는 신규 상장에 대한 공개 유통 요건을 크게 줄이는 제안을 내놓아 더 많은 IPO를 유치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
폴 챈 모포 홍콩 재무장관은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할 때 홍콩은 자연스럽게 본토 기업들이 선호하는 자금 조달 시장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UBS의 제임스 왕 중국 전략 책임자는 미국에 상장된 많은 중국 본토 대형 기업들이 이미 홍콩에 이중 상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상장폐지 위협의 영향을 더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중 상장 기업 중 다수는 지난 3년 동안 홍콩 보유 지분 비중이 30%포인트 증가해 총 시가총액의 약 60%에 이르렀으며, 중국 본토인의 이들 주식 보유량도 2021년 5%에서 현재 약 12%로 증가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