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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명공학 분야, 트럼프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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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생명공학 분야, 트럼프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양날의 검’

국내 제약사 성장 기회와 수출 의존 기업의 위기 동시 발생
"일부 혜택, 일부 타격"... 산업 내 양극화 현상 심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공세가 중국 생명공학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공세가 중국 생명공학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공세가 중국 생명공학 산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국내 시장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에는 예상치 못한 성장 기회를, 미국 시장에 의존해온 기업들에는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최근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퍼시픽 솽린 바이오 파마시, 베이징 톈탄 바이오 프로덕츠, 차이나 리소시스 보야 바이오 파마제먼트 그룹 등 혈장 제품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이틀 만에 10.6%에서 16.6%까지 급등했다. 이는 미국산 혈장 제품에 대한 관세가 중국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증권사 Cinda Securities의 애널리스트들은 "무역 전쟁 속에서 알부민의 외국 수출업체는 중국에서 큰 비용 증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국내 제조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알부민은 외상 환자와 급성 신장 및 간 질환 치료에 필수적인 혈장 단백질로,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높다. 베이징 소재 시장조사기관 Insight and Info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알부민 수요는 645톤에 달했으며, 이 중 63%를 수입에 의존했다.
현재 CSL, Behring, Grifols, Baxter 등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주요 알부민 공급원이지만, 관세로 인해 국내 생산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그러나 모든 중국 생명공학 기업이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이번 주 급격히 격화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45%로 인상했고, 중국은 미국 제품에 84%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SWS 리서치에 따르면, 일부 혁신적인 중국 제약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 경쟁사들이 관세로 인한 이윤 압박에 시달리는 동안 혜택을 볼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향후 중국에 도입될 신약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SWS 애널리스트 장 징한은 말했다. "이는 국내 제품으로의 대체를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기기 분야의 영향은 기업별로 상이하다. 상하이 소재 컨설팅 회사 L.E.K.의 아시아 헬스케어 프랙티스 대표 앤드류 파는 "대부분의 중국 의료장비 업체들에게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많은 중국 의료기기 기업들이 아직 미국 시장 진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중국 최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선전 민드레이의 경우, 2023년 매출의 단 6%만 미국에서 발생했다. 민드레이는 이미 "FDA 인증 기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생산 기지를 운영하고 있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세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품목도 있다. 중타이증권에 따르면 중국산 주사기, 수술용 장갑, 초음파 스캐너, MRI 기기 등은 이미 높은 관세를 부과받고 있었으며, 추가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관세 면제 대상인 의약품 활성 성분에 대한 정책 변화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곧 의약품 수입에 대한 "주요"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프리스의 아시아 헬스케어 리서치 책임자 추이 쿠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중국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관세 외에도 중국 생명공학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미국의 디커플링 정책이다. 트럼프는 2월 미국 헬스케어 부문에 대한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중국 생명공학 기업에 대한 미국의 해외 투자를 더욱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은 미국 제약사들에게 연구·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시 앱텍(WuXi AppTec)과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다. 이들 기업은 서비스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어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으며, 주가는 각각 24%, 28.3% 급락했다.

우시 앱텍 대변인은 자사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전 세계 고객과 정부 기관의 보고, 감독 및 검사 요구 사항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를 완화하지는 못했다.

맥쿼리 캐피털의 토니 렌에 따르면,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중국 생명공학 서비스 기업들은 싱가포르나 스위스 같은 중립국에 새로운 제조시설을 설립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신흥 생명공학에 관한 미국 국가안보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 생명공학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을 명확히 보여준다. 보고서는 "미국 기업들이 중요한 생명공학의 생산과 공급을 위해 중국 기업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이 "빠르게 생명공학 지배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중국 생명공학 기업들은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시장과 다른 국제 시장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국 업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나갈지가 산업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