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승기념일에 '반미 연대' 과시 가능성 제기
전문가들 "중국에겐 정치적 딜레마...참석 여부 불확실"
전문가들 "중국에겐 정치적 딜레마...참석 여부 불확실"

크렘린궁에 따르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앞으로 몇 달 안에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성 차관은 지난달 말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위한 준비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며, 3월 초 북한 방문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평양 방문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모스크바로 초청했다. 또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안보회의 서기도 3월 21일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만약 세 지도자가 함께 연단에 선다면, 이는 미국의 압력에 대한 강력한 '연대와 저항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조지 H.W. 부시 재단의 이성현 선임연구원은 김정은과 시진핑이 5월 모스크바 열병식에 함께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행사를 통해 김정은은 북한 대중에게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자신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연구원은 말했다. 다만 "김정은이 지속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양자 정상회담을 선호하고, 다자간 정상회담에 참석한 적이 없다"는 점이 변수라고 덧붙였다.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의 아르티옴 루킨 부교수는 "김정은이 모스크바 전승절 퍼레이드에 온다면,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다수의 국가와 정부 수반이 참석하는 국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루킨 교수에 따르면, 5월에 최소 12명의 세계 지도자가 러시아 수도에 모일 것으로 보이며, 이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또 다른 중요한 외교적 승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러시아와 관계를 급속도로 심화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푸틴과 체결한 상호방위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 군사 협정으로 더욱 대담해진 모습이다. 러시아는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받고,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최전선에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보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1월과 2월에 약 3000명의 추가 병력을 러시아에 파견했으며, 지난 10월 이후 총 1만1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됐다. 이 중 약 4000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정치적 딜레마가 될 수 있다. 베이징 인민대학교 국제관계학 쉬인홍(Shi Yinhong) 교수는 중국 지도자가 모스크바 행사에서 김정은과의 공동 출연을 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대러시아 군사동맹과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반복되는 핵 도발, 김정은이 서울을 "주적"으로 지정한 것 등으로 베이징과 평양의 관계가 긴장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중-북 관계가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쉬 교수는 평가했다.
루킨 교수도 시 주석이 김정은과 함께 연단에 서는 데 동의할지 의구심을 표명하며, 베이징에 대한 평양의 전략적 중요성이 과장되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한 유명한 지정학적 '완충 장치'로서 북한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은 완충 장치보다는 시장과 첨단 기술 접근에 더 관심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세대학교 북한연구소 백우열 부소장은 김정은의 모스크바 출두 가능성은 중국을 "꽤 난처한 상황"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금 러시아와 북한과 동시에 틀을 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조지 H.W. 부시 재단의 이성현 연구원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대응해 중국이 평양에 대한 영향력을 재주장하려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최고 외교관인 왕이(王毅)가 곧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의 주요 후원자로서 중국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2019년 이후 열리지 않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닦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의 모스크바 방문에는 물류와 안보 문제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북한은 모스크바로 직항할 수 있는 전용 항공기가 없으며, 김정은은 대부분의 해외 방문에서 장갑열차를 이용했다. 경희대학교 추재우 교수는 "김정은이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평양을 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