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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 "미국 국채 매각, 관세 보복 수단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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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 "미국 국채 매각, 관세 보복 수단 안 돼"

오노데라 정책수석 "동맹국으로서 국채 협상카드화 불가"
미·일 무역회담 앞두고 엔화 강세 필요성 강조
자민당 정책연구위원회 의장은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밖에서 가장 큰 미국 국채 보유고를 의도적으로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자민당 정책연구위원회 의장은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밖에서 가장 큰 미국 국채 보유고를 의도적으로 매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일본 집권 자민당의 정책 책임자가 미국 국채를 트럼프 관세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이번 주로 예정된 미·일 무역회담을 앞두고 나온 것으로, 양국 간 통화 및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주목할 만한 입장표명이라고 13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자민당 정책연구위원회 의장인 오노데라 이쓰노리(Itsunori Onodera)는 13일 공영방송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정부는 미국 국채를 의도적으로 협상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 밖에서 가장 큰 미국 국채 보유고를 일본이 매각해야 한다는 일부 야당 의원들의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동시에 오노데라 의장은 엔화의 강세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엔화 약세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였다"며 "엔화 강세를 위해서는 일본 기업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일본 정책입안자들이 최근 엔화의 반등이 아닌 장기적인 엔화 약세 추세를 경제의 더 큰 문제로 간주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25년 1월 기준 1조7900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7608억 달러)을 크게 앞지르며 미국 외 최대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국채 보유고는 일부에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잠재적 협상 카드로 볼 수 있지만, 오노데라의 발언은 이를 활용할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번 주 예정된 양국 무역 협상에서는 통화정책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이 일본에 엔화 지지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은행(BOJ)의 느린 금리 인상 속도도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도쿄의 최고 무역 협상가인 료세이 아카자와 경제활성화부 장관은 17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라고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이 로이터에 전했다. 이 회담에서 양국 간 통화정책과 무역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수출 중심 경제 구조로 인해 자국 통화가 과도하게 강세를 보이는 것을 경계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본은행의 초완화적 통화정책 지속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거의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일본은 2022년과 2024년에 달러가 거의 160엔까지 상승했을 때 엔화를 매입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한 바 있다.

최근 엔화는 달러의 광범위한 약세에 힘입어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며, 11일에는 달러당 142.895엔까지 하락해 지난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역사적 관점에서는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10거래일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은 2020년 팬데믹 패닉 이후 가장 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주식, 채권, 석유, 금, 달러 가격이 격렬하게 요동쳤으며, 특히 미국 국채 시장에서는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매도세가 관찰됐다.

지난 9일 아시아 시장에서 발생한 미국 국채에 대한 대규모 매도 물결은 중국이 보유 자산을 처분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재무부 채권 매도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상호적" 관세 계획을 90일 동안 중단한다고 발표하게 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며, 베센트 재무장관이 이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입장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우선시하면서도 자국 경제의 안정을 위해 엔화 가치의 균형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노데라의 발언은 미일 관계가 단순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안보 동맹의 맥락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일본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