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뿐 아니라 미국 기술에도 리스크 제거 필요"
전문가 "거래적으로 변하는 미국, 기술 의존은 심각한 위협"
전문가 "거래적으로 변하는 미국, 기술 의존은 심각한 위협"

채텀하우스의 윌리엄 매튜스 중국·세계 담당 선임연구원은 "미국 동맹국들에 거래적인 미국에 대한 기술적 의존은 중국에 대한 의존보다 훨씬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동맹국들이 이미 중국 기술의 대규모 채택을 거부한 반면, 수십 년 동안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기본적인 기능 대부분을 미국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사례가 지난 3월 발생했다. 미국 위성 회사 맥사르(Maxar)는 워싱턴의 결정에 따라 미국 정부 프로그램하에서 우크라이나의 위성 이미지 접근을 차단했다.
매튜스는 "이는 전 세계 미국의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에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며 "안보와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 기술의 리스크 제거가 필요한 것처럼 미국 기술의 리스크 제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동맹국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소프트웨어, 아마존 웹 서비스, 비자 결제 시스템과 같은 미국 기업의 기술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일시적으로라도 차단된다면 그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와 기술기업 간의 관계 변화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일론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가 된 것처럼 미국의 기술 리더들이 새 행정부에 빠르게 동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파리 AI 정상회의와 뮌헨안보회의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연설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글로벌 기술 우선주의, 정치적 가치, 빅테크 규제에 관한 동맹국의 순응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머스크의 영국 정치 개입 사례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불과 몇 주 전 머스크는 X(옛 트위터)의 소유주라는 지위를 이용해 영국의 국내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도를 했다. 매튜스는 "이는 국가와 연계된 빅테크 기업의 잠재적 힘을 보여주며, 틱톡과 같은 중국 앱에 대한 서구의 우려와 유사한 정치적 영향력의 미국 사례"라고 지적했다.
동맹국들이 직면한 핵심 과제는 베이징과 워싱턴 간의 전략적 경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두 기술 강대국의 강압과 정치적 간섭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이다. 매튜스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중국에 대항하라는 미국의 압박 증가와, 미국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의존으로 인해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중국의 적대적 행동에 취약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맹국 정부들이 강대국 정치 구도에서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는 두 기술 초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는 장기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단일 동맹국이 미국이나 중국과 전반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자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각 동맹국은 고유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독일, 일본, 한국, 영국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은 로봇공학 및 인공지능(AI)과 같은 중요한 신흥 역량을 포함한 특정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동맹국들은 전략적 필수 불가결성을 공동으로 추구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고,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반도체 리소그래피 기계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부문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베이징과 워싱턴이 강압적 조치를 취하기 전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호혜적 지렛대를 형성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매튜스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양대 강대국의 강압과 정치적 영향력 범위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핀테크, 소셜미디어, 인공지능 제공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대안 개발이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에 대한 기술적 의존이 길어질수록 국익이 갈라지더라도 자율성을 추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브뤼셀에서 런던·도쿄에 이르기까지, 워싱턴에서의 리스크 제거는 베이징에서의 리스크 제거만큼이나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