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셍지수 2.4% 상승...전자기업과 테크기업 주도
중국 신용공급·수출 호조 데이터도 투자심리 개선에 한몫
중국 신용공급·수출 호조 데이터도 투자심리 개선에 한몫

항셍지수는 14일 정오 2.4% 상승한 21,419.59를 기록하며 지난 3월 18일 이후 최고의 일간 성과를 보였다. 항셍 테크 지수는 2.7% 상승했다. 중국 본토 시장에서도 CSI 300 지수가 0.5% 상승했고, 상하이 종합 지수는 0.9% 올랐다.
이번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 칩 등 주요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유예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면제가 일시적이며 향후 이들 품목에 대해 별도의 관세가 부과될 수 있음을 밝혔지만, 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전자기업들이 이날 시장 상승을 주도했다. 개인용 컴퓨터 제조업체 레노버 그룹은 4.1% 상승한 8.36홍콩달러를, BYD 일렉트로닉 인터내셔널은 3% 오른 33.95홍콩달러를 기록했다.
항셍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는 5.5% 상승한 108.70홍콩달러, 세 번째로 큰 구성종목인 텐센트 홀딩스는 3% 오른 456.80홍콩달러를 기록했다. 금 생산업체 지진마이닝 그룹은 1분기 이익이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는 소식에 4.8% 상승한 17.34홍콩달러에 거래됐다.
"관세 룰렛에 휘둘린 시장은 휴식이 필요했다"고 방콕 소재 SPI 에셋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파트너 스티븐 이네스는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것은 데탕트(화해)가 아니라 휴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다음 달에 반도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관세를 내겠다고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매우 작은 발걸음"이라며 소위 '호혜 관세'를 완전히 폐지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혜적 관세' 정책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다. 미국은 중국 제품에 대해 누적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을 90일 유예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중국도 125%의 관세와 미국 제품에 대한 20%의 추가 관세로 맞대응했다. 이로 인해 항셍 지수는 지난주 8.5% 폭락하며 2018년 이후 최악의 주간 실적을 기록했고, 변동성 지수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홍콩과 중국 증시 상승에는 중국의 강한 경제지표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인민은행은 13일 신용의 광범위한 척도인 총금융이 지난달 5조 8,900억 위안(약 8,080억 달러) 증가했고, 신규 대출은 3조 6,400억 위안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경제학자들의 예상치인 4조 9,600억 위안과 3조 6,400억 위안을 각각 상회하는 수치다.
또한, 중국 해관총서는 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1~2월 기간의 2.3% 증가에서 가속화된 것으로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핀포인트 에셋 매니지먼트는 관세 발표 전 수출업체들의 선행 선적이 이러한 호조세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앞으로 몇 달 동안 수출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국 통계국은 오는 16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첫 3개월 동안 5.2%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관세로 인해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4%로 하향 조정했다. 이 투자은행은 또한 MSCI 중국 지수와 CSI 300 지수의 12개월 목표치를 이번 달에 두 번째로 낮춰 경제 전망 악화를 반영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른 시장들도 일제히 상승했다. 일본의 니케이 225 지수가 1.7%, 한국의 코스피가 0.8%, 호주의 S&P/ASX 200 지수가 1.5% 상승하며 지역 전반에 걸쳐 투자심리가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기술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