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공상과학 산업, 무역전쟁 격화 속 150억 달러 시장으로 급성장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공상과학 산업, 무역전쟁 격화 속 150억 달러 시장으로 급성장

‘삼체’ 성공에 힘입어 베이징·청두 등 지방정부도 육성 정책
"미래 소비 성장 동력"...게임 등 분야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
중국 공상과학 산업이 베이징의 '품질 성장' 전략 속에서 새로운 소비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공상과학 산업이 베이징의 '품질 성장' 전략 속에서 새로운 소비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류츠신의 ‘삼체 문제’(The Three-Body Problem)를 필두로 한 중국 공상과학 산업이 베이징의 '품질 성장' 전략 속에서 새로운 소비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문학,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을 거둔 중국 SF 산업은, 수출 주도 성장 모델에서 내수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속에 더욱 날개를 달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지난 3월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중국과학소설대회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상과학 산업은 2024년 1,089억 6,000만 위안(약 1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전 대비 65.4% 증가한 수치로, 세계적인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의 연간 수익에 필적하는 규모다.

최근 ‘삼체 문제’의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중국의 SF 산업은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유랑지구'는 46억 위안 이상의 수익을 올렸고, 속편도 42억 위안의 흥행을 기록했다. 문학계에서는 2023년 하이야(Hai Ya)의 소설 '시공간 화가'가 세계적 SF 문학상인 휴고상을 수상하는 등 중국 작가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24세 알리다 궈는 류츠신의 ‘삼체 문제’를 고등학교 시절 처음 접했을 때의 경험을 "물리학이라는 요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 중국적이어서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너무 비전적이어서 우리가 내일을 보는 방식에 도전장을 던진다. 그것이 바로 공상과학이 중요한 이유이다"라고 회상한다
현재 선전의 로봇 회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많은 또래 중국인들처럼 ‘삼체 문제’를 통해 SF 장르에 입문했고, 이후 더 많은 SF 콘텐츠를 탐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공상과학 산업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베이징 시 정부는 SF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3개년 실행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3년 세계과학소설대회를 개최한 청두 시는 공상과학 산업을 경제적 변혁을 이끄는 "새로운 품질의 생산력"으로 인식하는 전략 청사진을 내놓았다.

중국 공상과학 산업 내에서 게임 분야는 2024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게임 분야 매출은 전년 대비 10.2% 증가한 718억 1천만 위안을 기록했다. SF 요소를 접목한 관광 분야도 지난해 244억 위안의 수익을 창출했으며, 문학 시장은 2024년 총 매출이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5억 1000만 위안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베이징 컨벤션에서 발표된 별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상과학 시장의 소비 촉진 잠재력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젊은 층과 고소득층 모두에서 소비 빈도와 참여도가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소비자들은 중국 SF 산업의 미래에 대해 대체로 낙관적이며, 특히 투자 증가와 산업 진흥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SF 콘텐츠는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베이징 컨벤션에서 발표된 신흥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이 최고의 해외 콘텐츠 목적지로 "결정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블로거이자 ‘삼체 문제’ 팬인 이스카이는 "사람들이 중국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 하지만, 문화적 장벽은 엄청나다. 중국어 텍스트를 번역하는 것은 번역가 부족으로 더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SF가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베이징의 경제 정책이 수출 의존에서 내수 소비 활성화로 전환되는 가운데, 공상과학 산업은 그 상당한 시장 규모와 부문 간 확장 잠재력으로 인해 차세대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무역 긴장으로 인해 수출성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SF 산업은 중국의 '품질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알리다 궈와 같은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제작 공상 과학은 특히 외국 작품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드물다"며 SF 콘텐츠에 대한 더 많은 투자와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양적 성장을 이룬 SF 산업이 이제는 질적 발전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