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에 대한 신규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소비자 전자제품도 관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반도체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칩과 반도체, 기타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생산하길 원한다"며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아무도 너무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11일 스마트폰, 컴퓨터, 디스크 드라이브, 메모리 칩, 평면 디스플레이 등 20개 품목에 대해 기존의 '상호관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이들 품목도 새로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13일 ABC방송에 출연해 "스마트폰, 컴퓨터, 기타 전자제품에 대해 '특별 집중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며 "이는 반도체 및 제약 부문에 대한 부과와 함께 한두 달 내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들 제품은 상호관세에서는 제외됐지만, 반도체 관세에는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최근 미국 증시의 큰 변동성을 초래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10% 이상 하락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11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25%로 인상하며 보복 조치를 취했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호랑이 목에 단 방울은 단 사람이 풀어야 한다"며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관세 정책이 아니라 혼란과 부패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임시로 10%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애크먼은 "이렇게 하면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공급망을 이전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도 NBC방송에서 "현재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 직전 상태이며, 관세 정책이 잘못 다뤄지면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협상 계획은 없지만,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는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는 CBS방송에서 "90일 이내에 몇몇 국가와 의미 있는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