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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잃어버린 일본"...조사 30개국 중 ‘삶의 만족도’ 최하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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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잃어버린 일본"...조사 30개국 중 ‘삶의 만족도’ 최하위 기록

일본인 13%만 삶의 질 만족, 15%만 미래 개선 기대해
전문가들 "생활비 상승과 인구통계학적 위기가 우울함 심화시켜"
일본인의 삶의 만족도가 조사 대상 3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인의 삶의 만족도가 조사 대상 3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
프랑스 리서치 기업 입소스(Ipsos)가 실시한 최근 글로벌 설문조사에서 일본인의 삶의 만족도가 조사 대상 30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15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단 13%만이 현재 삶의 질에 만족하고 있으며, 15%만이 향후 몇 년간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유럽, 아시아, 북미 전역에서 약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 중 약 2000명이 일본인 응답자였다. 충격적이게도 일본의 삶의 만족도는 콜롬비아, 인도, 인도네시아, 페루 등 많은 개발도상국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응답자의 88%가 매우 행복하거나 다소 행복하다고 답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행복도를 보였다. 반면, 일본인은 12%만이 매우 행복하다고 응답했고, 48%는 다소 행복하다고 답했다. 일본의 종합 행복도는 60%로 30개국 중 27위에 그쳤으며, 이는 2011년 첫 조사 시점보다 10%나 하락한 수치다.
템플대학교 도쿄캠퍼스의 무라카미 히로미 정치학 교수는 "일본 사회에서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너무 오랫동안 디플레이션을 경험해 왔다가 이제 갑자기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행(BOJ)과 역대 정부들은 오랫동안 2%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해왔지만,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동안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2.2%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생활비 급증은 임금이 식품 및 필수품 가격을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무라카미 교수는 "노인들은 연금으로 예전에 살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 감당할 수 없어 매우 어렵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현재로서는 국내외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특히 노년층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교수는 최근 한 19세 여학생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직장을 구하고, 은퇴할 때를 위해 연금에 돈을 내는 것뿐"이라고 말한 사례를 들었다. 이 학생은 세금 부담과 젊은 노동자 부족으로 연금 시스템이 붕괴될 것을 우려했다.

"이 사람들은 인생의 이 단계에서, 미래에 대해 꿈꾸어야 할 시기에 희망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매우 슬픈 일이다"고 무라카미 교수는 말했다. 그는 일본 정치가 젊은이들의 바람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변화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인들이 오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입소스의 연구는 일본인 응답자들이 경제 및 정치 상황, 사회생활, 정신적 안녕, 낭만적 관계 등 삶의 여러 측면에서 광범위한 불만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직업, 신체적 건강, 정신적 웰빙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우정, 주거, 당장의 재정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 설문조사는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 네티즌은 "돈을 저축한다 해도 도쿄에서 집을 살 수 없고, 노년에 연금만으로 혼자 살 수도 없다. 게다가 자살률이 높다. 일본은 불행한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나라"라고 썼다.

30대 후반의 또 다른 댓글 작성자는 "가족이 없고 은퇴와 미래만 걱정하고 있다. 나는 인생을 즐기지 않는다. 연봉과 자산이 또래의 몇 배나 되는데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 이 나라를 만든 것이 정부의 태만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무라카미 교수는 이러한 광범위한 우울함에도 불구하고 동료 시민들의 부정적 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 대부분은 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더 만족해야 한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나 아이티에 살고 있지 않으며, 가야 할 집이 있고, 먹을 음식이 있다. 제가 보기에 이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