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이하 현지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 산업 전문매체 치프 이그제큐티브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329명의 CEO 가운데 62%가 향후 6개월 내 경기침체 또는 경제 둔화를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의 48%에서 크게 상승한 수치다.
이같은 비관론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해방의 날'을 선언하며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적용하는 등 강경한 무역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CEO들의 신뢰도는 급락했다.
실제로 이달 조사에서 CEO들의 현재 사업 환경에 대한 평가는 평균 4.6점(10점 만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초기였던 지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12개월에 대한 전망도 5.0점으로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67%의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76%는 이러한 정책이 자사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CEO들은 관세로 인해 원자재 및 노동 비용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오르며 수요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이번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81%가 올해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중 절반은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전망했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와 고용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응답자의 41%는 올해 자본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39%는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3월 조사 대비 각각 12%포인트, 2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한편, 일부 CEO들은 단기적인 고통이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산업용 유압 시스템 유통업체 에어 하이드로 파워의 톰 맥과이어 CEO는 "단기적인 고통은 장기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 경제에서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CEO들은 현재의 불확실성이 기업 운영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말 처리 및 밀폐 시스템 전문 기업인 커스텀 파우더 시스템즈의 데니스 맥킨토시 CEO는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경험 중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 결정을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일부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했지만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이 조치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밝혀 기업들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케빈 해싯은 1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0%"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와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등 주요 금융계 인사들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진입했거나 그 직전에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