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내 생산 추진"으로 공급 과잉 우려 고조
엔비디아, 미국 내 5000억 달러 규모 생산 계획 발표
엔비디아, 미국 내 5000억 달러 규모 생산 계획 발표

미국은 16일 반도체 장치와 칩 제조 장비에 대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조사에 착수했다. 반도체 제조는 전 세계에 퍼진 복잡한 기술 및 공정 네트워크로 이루어져 있다.
실리콘은 미국과 노르웨이에서 수출되어 일본 등에서 웨이퍼로 가공된다. 일본의 신에쓰케미컬과 숨코가 세계 웨이퍼 시장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회로 형성의 프런트엔드 공정은 주로 대만·한국·중국에서 처리되며, 동남아시아·대만·중국 등 인건비가 저렴한 지역의 백엔드 시설에서는 웨이퍼를 개별 칩으로 분해해 부품으로 조립한다.
TSMC와 삼성전자는 미국·일본·네덜란드에서 공급되는 장비를 사용하는 최고의 프런트엔드 업체다. 두 회사 모두 관세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내 프런트엔드 생산에 투자 중이지만 조립 등 다른 단계는 아시아에서 처리하고 있어 모든 공정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반도체의 주요 소비국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에 따르면, 미주 지역은 2024년 전 세계 매출의 약 30%를 차지했지만, 미국의 생산 용량은 세계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반도체 투자를 발표하는 것은 현재 위험하다"고 일본에 생산시설을 갖춘 미국 칩 제조업체의 한 임원은 말했다.
엔비디아는 16일 자사의 블랙웰 AI 칩과 AI 슈퍼컴퓨터를 미국에서 생산할 것이며,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 달러의 생산량을 기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이례적인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팹리스 칩 설계 회사로, 주로 TSMC에 AI 칩 생산을 위탁한다. 이 회사는 TSMC가 애리조나에서 블랙웰 칩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슈퍼컴퓨터는 폭스콘과 위스트론이 향후 12~15개월 내 텍사스에서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지는 불확실하다. 테크인사이트는 이전에 미국에서 첨단 칩을 생산하는 비용이 대만보다 10% 미만 더 높다고 추정했다. 칩 제조업체들은 AI 반도체 생산에서 ASML의 장비에 의존하고 있어, 해당 장비에 대한 관세는 비용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
산업단체 SEMI에 따르면, 2025~2027년 전 세계적으로 108개의 신규 반도체 제조 시설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는 2023년까지 3년간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다수는 미·중 갈등과 대만 리스크로 인해 자국 내 칩 생산을 확대하려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다른 국가들도 반도체 자국 생산으로 이끌었다. SEMI의 아지트 마노차 CEO는 "정치적·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공급망 다각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업계는 예측 불가능한 시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는 라피더스에 도전이 되고 있다. 국내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미국 사업에 집중했으나, 각국이 자국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고객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면 세계 시장의 30%를 점유하는 일본 장비 제조업체들에는 전 세계 반도체 생산시설 증가가 단기적으로 유리하다. 도쿄일렉트론의 2024년 4~12월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간 두 배 증가한 44%를 기록했다.
스마트폰, 컴퓨터, 전기차 등의 판매는 세계 경제 둔화로 주춤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로 경제가 더욱 둔화될 경우 수요 감소와 함께 공급 과잉 및 시장 침체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