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대법원이 ‘법적 여성’의 정의를 생물학적 성으로 한정하면서 성별 인정 증명서를 가진 트랜스젠더 여성은 평등법상 여성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이 판결은 여성 전용 공간과 공공기관 이사회 등에서 트랜스 여성의 권리에 제약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1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대법원은 이날 스코틀랜드 정부가 지난 2018년 제정한 공공기관 여성 비율 확대 지침이 평등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 지침은 성별 인정 증명서를 소지한 트랜스 여성을 법적으로 여성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했으나 여성 권익 단체인 ‘포 위민 스코틀랜드(For Women Scotland)’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다툼이 벌어졌다.
패트릭 호지 대법원 부원장은 판결문에서 “평등법 2010에서 ‘여성’과 ‘성별’이라는 용어는 생물학적 성에 기반해야 하며 이는 생물학적 여성을 의미한다”며 포 위민 스코틀랜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번 판결은 특정 집단의 승리가 아니며 트랜스젠더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지만 트랜스 여성의 권리 보호에 대한 법적 범위는 사실상 제한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판결은 여성 전용 병동, 쉼터, 체육시설 등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접근과 참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트랜스젠더 인권 단체들은 “법적으로 여성이 아닌 것으로 간주되면 고용과 복지, 공공 서비스 접근에서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호지 부원장은 “성별 인정 증명서가 있든 없든 트랜스젠더는 ‘성별 전환(gender reassignment)’이라는 보호 특성에 따라 차별로부터 보호된다”고 했지만 ‘여성’이라는 정체성과 권리 보호의 범주가 축소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한편,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관련 이슈가 주요 정치·법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