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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대만 반도체에 '관세 압박'…중국은 일부 칩 '면제'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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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대만 반도체에 '관세 압박'…중국은 일부 칩 '면제'로 대응

미국과 중국이 대만 반도체 산업과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놓고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중국이 대만 반도체 산업과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놓고 상반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를 강화하며 경제적 거리 두기를 시도하는 가운데 양국 모두 대만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정책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대만의 대표 반도체 업체인 TSMC에 대해 상반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수입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를 지시했으며 이를 계기로 관세 부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전날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수출용 인공지능(AI) 칩 판매에 대해 별도 라이선스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대만이 미국 기업의 사업을 빼앗아갔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왔다.
반면 중국은 정반대 전략을 선택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무역협회는 미국산 일부 첨단 반도체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분석가들은 이에 대해 “중국이 여전히 미국 설계 칩에 의존하고 있으며, 기술 확보를 위해 무역전쟁의 충격을 완화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 애플, 퀄컴, AMD 등이 설계한 칩이 TSMC 등 대만 기업에서 생산된 경우 중국은 이를 미국산이 아닌 대만산으로 간주하고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기존에 칩 생산 과정 중 ‘패키징’이 이뤄진 국가를 원산지로 보던 관행과는 다른 기준이다. 중국은 칩의 회로가 실리콘 웨이퍼에 새겨지는 공정을 기준으로 원산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지미 구드리치 랜드연구소 선임기술분석 고문은 “이번 중국의 조치는 자국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유인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 반도체 제조사를 미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관세 위협을 활용하고 있으며 앞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연방 보조금 제공 방식으로 유사한 목표를 추진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조치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재건 시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칩 생산은 미국, 대만, 일본, 중국,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등 다수 국가에 걸친 복잡한 공급망으로 이뤄져 있어 관세 부과 자체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타이완산업경제연구소(TIES)의 류페이천 연구원은 “칩 생산에는 가공과 재가공, 조립과 재조립, 운송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세를 적용하기 매우 복잡하다”고 밝혔다.

TSMC는 수십년간 수천억 달러를 투자해 대만 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이 반도체 산업을 지나치게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대만산 칩을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한 것이 자국의 기술 의존 실태를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