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연설 통해 시장에 메시지 보내...추가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예고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주요 언론은 파월 의장이 대체로 물가 안정을 더 중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체적으로 보면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리 추가 인하의 바(bar)를 높이 올려놓겠다는 것으로 이는 노동 시장이 붕괴하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는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이런 시나리오를 믿는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4.25~4.5%인 현행 기준금리를 올해 내내 그대로 유지하고, 2016년에 가서야 추가 인하를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 전쟁의 파장을 차단하는 데 연준이 서둘러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WSJ는 “파월 의장이 연준은 물가와 노동 시장이라는 2개의 정책 목표가 충돌하면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힌트를 주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조정을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경제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재로서 우리는 정책 입장에 대한 어떤 조정을 고려하기 전에 더 많은 명확성을 기다리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관세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증가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온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기에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경기 둔화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양대 정책 목표인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 서로 충돌하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경제가 각 목표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각 (목표와 현실 간) 틈이 좁혀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변경을 통해 같은 시점에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 중 하나의 목표만을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권자인 연준 이사와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들은 대체로 파월 의장처럼 물가 안정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연준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파장이 예상보다 크면 연준이 조기에 금리인하에 나서야 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에 지명해 임명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월러 이사는 14일 미국이 보편 관세와 상호 관세를 통해 25%의 관세를 유지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5% 가까이 치솟고,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또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것보다는 경기 침체 위험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월러 이사는 “성장 둔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경기 침체 위협이 있으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더 빠르고 더 큰 폭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빠르게 둔화하면 인플레이션이 2%를 크게 웃돌더라도 경기 침체 위험이 인플레이션 가속 위험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