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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관세전쟁으로 '핑크 관세' 심화...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관세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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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워싱턴] 美, 관세전쟁으로 '핑크 관세' 심화...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관세 부담

여성 의류 관세율이 더 높아...동일 관세율 적용 시 여성의 의류 소비가 더 많아 부담 증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에서 옷값이 올라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고 CNN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노드스트롬 백화점.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인해 미국에서 옷값이 올라 여성이 남성보다 더 큰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고 CNN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노드스트롬 백화점.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차별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십 년간 유지돼온 여성과 남성 의류 간 관세 차이 문제를 무시하고,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여성이 내야 하는 관세 부담액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CNN이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남녀 간 관세 차이로 인해 ‘핑크 관세(pink tariffs)’라는 말이 나왔다. 미국에서 핑크 관세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연간 20억 달러(약 2조8300억원)를 더 부담하고 있다고 CNN이 진보정책연구소(PPI)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에서 관세는 HTS(미국 품목 관세)로 불리는 관세 분류 코드에 맞춰 책정된다. 지난 2022년을 기준으로 할 때 여성 의류 등에 대한 관세율은 평균 16.7%에 달했고, 남성 의류는 2.9%에 그쳐 13.8%포인트 차이가 났다.

지난 2017년을 기준으로 할 때 여성 정장에는 15.1%, 남성 정장에는 13.3%의 관세가 붙었다. 또 여성 속옷에는 12.8%, 남성 속옷에는 8.6%의 관세율이 적용됐다. 이런 여성과 남성 제품에 대한 관세 차이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유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모든 나라에 10%의 보편 관세, 한국 등 57개국에 별도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면서 남녀 간 관세 차이 문제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CNN이 강조했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그에 따른 여성 소비자의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이 매체가 짚었다.

미국 수입업체들은 지난 2007년에 관세율 차이에 따른 성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에서 패소했다. HTS 분류 코드가 여성을 차별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모든 수입품에 똑같이 1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남녀 간 관세 차이가 표면적으로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남성보다 의류 소비 규모가 크기에 여전히 여성이 관세로 인한 부담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떠안는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023년에 여성이 한 해 동안 의류 구매비로 사용한 금액은 평균 655달러, 남성은 406달러다. 미국은 대부분의 의류를 수입하고 있고, 앞으로 옷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의류 가격이 64%가량 뛸 것으로 분석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관세 의류와 섬유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치고, 단기적으로 옷값을 64% 상승시키고, 장기적으로는 27%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의류와 신발 협회가 발간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의류와 신발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중국과 베트남에 대한 의존 비율이 높다. 미국 의류신발 협회"미국에서 대규모로 생산되지 않는 의류와 관련 소재에 대한 관세는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는 또한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을 준다. 관세는 모든 상품에 똑같이 반영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체감하는 가격 상승효과가 크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효과를 반영한 미국 소득 2분위(하위 소득 10~20%)의 올해 가처분소득은 1723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8101달러에 비하면 적지만, 현재 소득에 비례한 가처분소득의 감소 비율로 비교하면 2분위의 감소폭은 4%로, 10분위의 감소폭 1.6%보다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