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앞세운 미국과 달리, 시진핑 "경제 세계화·자유무역 체제 유지" 강조
중국 인터넷선 "베이징 NATO vs 워싱턴 바르샤바 조약" 조롱 확산
중국 인터넷선 "베이징 NATO vs 워싱턴 바르샤바 조약" 조롱 확산

중국의 엄격한 검열 인터넷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아이러니를 꼬집는 암울한 유머가 확산되고 있다. 이 밈(meme)은 현재 세계를 두 개의 캠프로 나누고 있다. 한쪽은 중국이 주도하는 자유무역과 개방을 요구하는 진영(베이 위에, Bei Yue)이고, 다른 쪽은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미국 동맹국 진영(화 위에, Hua Yue)이다.
이 유머의 핵심은 'Bei Yue'가 중국이 혐오하는 서방 군사동맹인 NATO를 지칭하는 중국식 표현이고, 'Hua Yue'는 냉전 시대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즉 시진핑 국가주석 하에서 중국이 시장경제와 세계화, 개방성을 주도하는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화에 반대하고 무역장벽을 세우는 모순적 상황을 꼬집고 있다.
이는 과거와의 극적인 역할 전환이다. 1990년대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전까지 자국 산업을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80~100%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는 등 고도의 보호무역 정책을 펼쳤다. 반면 수십 년간 시장경제와 세계화를 추진해온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중국에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극단적 보호무역 입장을 취했다.
이로 인해 한때 '베이징 컨센서스'(국가의 시장 개입과 폐쇄성)와 '워싱턴 컨센서스'(시장 메커니즘과 개방성)로 상징되던 두 경제 정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이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주도한다는 개념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현 세계 상황에서는 단순한 블랙코미디로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의 관세에 보복하고 미국과의 타협 가능성을 배제한 뒤 첫 방문국으로 베트남을 선택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모두 마르크스-레닌주의 옹호국이지만, 시장경제를 통해 놀라운 성장을 이룬 사회주의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 중 자유무역을 설파하고 토 람 베트남 총서기에게 트럼프의 관세에 맞서 공동전선을 형성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이 "개방에 전념"하고 "경제 세계화를 촉진"하며 "글로벌 자유무역 체제를 견지"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복잡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9일 베트남에 대한 46%의 관세를 90일간 유예했고, 토 람은 트럼프에게 미국산 제품 관세를 0으로 인하하기 위한 회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중국 속담처럼 "서로 다른 꿈을 가지고 같은 침대를 공유하는(通床异梦)" 상황이다.
시진핑 정부가 트럼프의 고관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 중국 내부적으로 시진핑의 권력 기반인 저장성과 푸젠성은 미국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관세 충격이 다른 지역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저장성의 미국 수출 의존도는 중국 내 최고 수준이었고, 푸젠성도 5위 안에 들었다.
중국 당국이 자립과 미국 이외 국가와의 무역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 수출 의존도를 쉽게 줄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시진핑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과거 저장성과 푸젠성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고조되는 관세전쟁이 중국 경제에 강한 역풍이 될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고관세가 오히려 시진핑 정부에 정치적 순풍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단결을 강조하면 시진핑이 트럼프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지도자로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지도자는 결국 대면 회담을 가질 것이며, 이 회담이 세계 경제의 미래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