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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주류 업계,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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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품·주류 업계,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직격탄

LVMH 1분기 매출 3% 하락, 페르노리카르도 부진... 트럼프의 관세 부담 가중
에르메스와 일본 시장은 '희망의 불빛'... 초고가 명품 수요 여전히 견조
스카프와 핸드백 제조업체인 에르메스(Hermes)는 3월 분기에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 추세를 뒤엎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카프와 핸드백 제조업체인 에르메스(Hermes)는 3월 분기에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업계 추세를 뒤엎었다. 사진=로이터
미·중 무역 긴장이 심화되는 가운데 프랑스 명품 브랜드와 주류 생산업체들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중국 수요 약화로 수익이 이미 감소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 패션 및 가죽 수입품에 대한 20% 관세 부과 방침은 이들 업계에 추가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는 이번 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대부분의 시장 예측치를 하회하는 수치로, 갈릴리 에셋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미안 레다는 "이것은 중대한 차질"이라며 "모든 부문에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장이 업계 건전성의 바로미터로 주시하는 LVMH의 패션 및 가죽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루이비통과 디올 등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LVMH는 화장품 소매점에서 포도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그룹 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서도 1년 전보다 3%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가 본격적으로 부과되기도 전에 나타난 부진한 수치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주류 부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VMH의 주류 판매량은 아시아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1~3월 분기 동안 9% 하락했다. 특히 코냑과 증류주 판매는 17% 감소했는데, 이는 프랑스 브랜디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수요 약화 때문이다.

제이콥스 크릭과 멈 샴페인 브랜드를 소유한 페르노리카르도 1~3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중국은 페르노에게 두 번째로 큰 코냑 시장이지만, 최근 중국이 EU의 전기자동차 관세 인상에 대한 보복으로 코냑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중국 공항에서의 프랑스 증류주 면세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유럽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의 수입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모닝스타의 선임 주식 애널리스트인 옐레나 소콜로바는 "가장 큰 위험은 미국의 관세가 아니라 가장 부유한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재의 불확실성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명품 제조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마진과 가격 결정력을 가지고 있어 관세의 영향을 전가할 수 있지만, 이는 "소비자 심리가 괜찮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불빛은 있다. 초고급 명품 시장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에르메스는 3월 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8.5%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업계 추세를 역행했다. LVMH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사업 구조를 가진 에르메스는 미국 관세 인상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레다는 "배타성이라는 지속적인 개념이 부분적으로 에르메스의 회복력을 설명한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밝은 부분은 일본 시장이다. 에르메스의 일본 매출은 1년 전보다 약 17% 급증했다. 에르메스의 재무 운영 이사인 캐롤 듀퐁-피에트리는 일본의 "충실한 고객" 기반을 강조했다.

소콜로바 애널리스트는 "관세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2분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지난 한 주 동안 이들 기업들의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이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레다는 아시아, 특히 중국에서 젊은 소비자에게 더 적합한 새로운 브랜드의 부상이 미래에 기존 유럽 명품 기업들을 위협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응해 유럽 브랜드들은 문화적으로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맞춤형 이벤트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에게 더 어필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프랑스 명품·주류 업계가 어떻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갈지, 그리고 에르메스와 같은 초고가 브랜드들의 회복력이 지속될 수 있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