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YT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이 자리에서 “2월 말까지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웠다”며 “그러나 갑작스런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의 관세 부과로 상황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2월부터 유럽산 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LVMH 주가는 연초 대비 35% 하락했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돔 페리뇽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럭셔리 그룹이다.
올해 1분기 글로벌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했고, 주가는 8% 급락했다. 이로 인해 프랑스 CAC40 지수 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경쟁사 에르메스에 내줬다.
아르노 회장은 “관세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은 중산층 고객의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추가적인 소비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에르메스가 다음달 1일부터 관세 부담을 미국 고객에게 전가하기로 한 것과 달리 LVMH는 제품별로 가격 인상 여부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브뤼셀의 책임”이라며 유럽연합(EU)의 책임론을 꺼내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분쟁은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제안을 인용하며 “EU와 미국 간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유럽 정치권이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주목이 쏠렸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가족과 함께 초청돼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뒤편에 자리했다. 그의 아들 알렉상드르 아르노는 티파니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며 이방카 트럼프, 재러드 쿠슈너 부부와 친분을 쌓았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도 초대받은 바 있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텍사스 루이비통 공장을 개소할 당시 에어포스원을 함께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 내 루이비통 공장 3곳과 티파니 작업장을 확대해 생산을 늘릴 수 있으며, 필요시 추가 공장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LVMH는 이번 관세 대응을 계기로 ‘보급형 상품 확대’보다는 ‘정통 명품 전략’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아르노 회장은 “제품의 대중화를 단호히 거부한다”며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지향하며, 단기적으로 성장세가 둔화돼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LVMH는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105억유로(약 17조원)의 현금을 확보하고 미국 수출용 샴페인과 주류 재고를 미리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