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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학 기피, 대학·경제에 심대한 타격...트럼프, 1500명 이상 외국 학생 비자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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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학 기피, 대학·경제에 심대한 타격...트럼프, 1500명 이상 외국 학생 비자 취소

NYT "유학생 미 경제에 약 63조 원 기여·일자리 37만 8000개 창출"
미국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12일(현지시각) 대학 당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교육 정책에 저항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12일(현지시각) 대학 당국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교육 정책에 저항하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가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비자를 취소하는 사태가 속출함에 따라 미 대학 당국과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해외 학생들이 미국을 꺼리면서 다른 나라로 유학하면 외국인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던 다수의 대학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이들 외국인 유학생이 본국에서 송금받은 돈을 미국에서 사용하기에 유학생 감소가 미국 경제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수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각) “미국 대학들이 외국 유학생이 내는 등록금으로 미국 학생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비자를 취소하고, 중국과 통상 전쟁을 계속함에 따라 미국이 더는 유학생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미 정부가 최근 하버드대에 외국인 유학생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해 캠퍼스에 공포감이 조성됐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외국인 유학생에 적대적이라는 평판을 받으면 수많은 미국 대학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가 지금까지 222개 미국 대학 등에서 약 1500명 이상의 외국인 유학생 비자를 취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민 당국이 다수의 유학생과 연구원을 구금하거나 출국 조처를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 의회는 스탠퍼드대 등에 과학·기술·공학·수학을 일컫는 ‘STEM’ 분야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재학 현황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NYT는 “외국인 유학생이 감소하면 경제에 폭넓은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외국 학생들이 미국 경제에 지난해 기준 440억 달러(약 62조6700억 원)가량을 기여했고, 37만8000개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고등 교육 기관의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양국 대학 간의 우호 관계가 깨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미국 유학생 4명 중 1명은 중국인으로, 이들은 학비 전액을 자부담하기에 미국 대학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다”며 “중국 정부가 미국 유학 자제를 권고하고 있고, 이미 체류 중인 학생들의 비자도 여럿 취소되고 있다”고했다.

미국에서 중국 유학생이 낸 수업료, 교과서, 생활비 등 유학 관련 비용만 2023년 기준 143억 달러(약 20조37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 지출 비용의 3분의 1에 이르는 금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비리그' 대학 캠퍼스 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문제 삼으며 수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또 이들 대학에 시위 학생 처벌반유대주의 프로그램 철폐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 참여 학생들에 대한 추방 절차에 나섰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대가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을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 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22억 달러 규모의 연방 정부 지원을 중단하고, 대학의 면세 혜택을 없애겠다고 압박했었다. 미 교육부는 하버드대가 외국으로 받은 보조금, 기부금 등 자금 관련 10년 치 기록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 국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3~2024년 학기 미국 내 외국인 유학생은 112만6690명이다. 미 국무부 산하 국제교육연구소(IIE) 2023~2024학년도 미국 대학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전년 대비 4% 감소한 27만7000명(24.6%)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인도 유학생23% 증가한 33만1000명(29.4%)으로, 중국에 비해 5만4000명이나 많았다. 인도 유학생 규모가 중국 유학생을 앞지르기는 2008~2009학년도 이후 15년 만이다. 미국 내 한국 유학생 규모는 4만3000명(3.8%)으로 3위를 기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