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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선, ‘미래 에너지’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중 선택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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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총선, ‘미래 에너지’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중 선택 대결

알바니즈 총리 vs 더튼 야당 대표, 에너지 정책 두고 첨예한 대립
5월 3일 총선, '멈춘 의회' 가능성에 정책 추진 불확실성 커져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가 4월 13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노동당 캠페인 출범식에서 연설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앤서니 알바니즈 호주 총리가 4월 13일 호주 퍼스에서 열린 노동당 캠페인 출범식에서 연설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호주 유권자들이 5월 3일 총선에서 국가의 에너지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택을 앞두고 있다. 앤서니 알바니즈 현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반면, 피터 더튼 야당 대표는 원자력 발전을 도입해 에너지 믹스를 다각화하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호주의 에너지 정책 방향을 장기적으로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호주 에너지 시장 운영자(AEMO)에 따르면 호주의 에너지 수요는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경제적·환경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알바니즈 총리는 지난 4월 '호주를 만드는 미래(The Future Made in Australia)' 의제를 발표하며 호주를 재생에너지 초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노동당은 205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강화된 배출량 감축 목표와 주요 배출국에 대한 탄소 상한선 역할을 하는 메커니즘을 법제화했다.

반면, 더튼 야당 대표는 호주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2050년까지 최소 14기가와트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건설하는 계획을 제안했다. 그는 원자력이 넷제로 달성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천연가스와 석탄에 의존해온 호주의 에너지 구조를 다각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퍼스에 본사를 둔 몰리뉴 어드바이저스의 CEO 사이먼 몰리뉴는 "기저부하 원자력, 재생에너지, 가스 피크 및 배터리가 모두 호주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며 "이러한 전략은 단위 배출량을 줄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국가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튼의 원자력 비전은 상당한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 1998년부터 호주에서는 원자력 발전이 금지되어 있으며, 뉴사우스웨일스, 빅토리아, 퀸즐랜드 등 주요 3개 주는 이미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금지했다. 더욱이 호주의 싱크탱크인 기후위원회는 호주에서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는 데 최소 20년이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정부 과학 기관 CSIRO도 원자력이 현재로서는 호주의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의적절하거나 효율적인 솔루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CSIRO의 연구에 따르면 원자력은 아직 태양광 및 풍력 발전과 경제적으로 경쟁력이 없으며, 개발 기간도 최소 15년으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몰리뉴는 "여론의 중앙과 좌파, 정부 관료집단과 선출직 공무원들을 통해 핵무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며 원자력에 대한 비판의 숨은 동기를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더튼의 확실한 승리와 함께, 두 번(또는 그 이상의) 의회 임기를 향한다면, 핵 발전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가디언 오스트레일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3월 말 알바니즈 총리의 지지율은 44%로 떨어졌고, 더튼의 지지율은 41%에 불과해 두 후보 모두 낮은 인기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가 '멈춘 의회'의 가능성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노동당이나 연립정부 중 어느 당도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정부 구성을 위해 군소 정당들 및 무소속 의원들과 협상해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양당의 에너지 정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알바니즈 총리의 재생에너지 82% 목표나 더튼의 원자력 발전 도입 계획 중 어느 하나도 온전히 실현되기 어려울 수 있으며, 타협안을 모색해야 할 수도 있다.

호주는 현재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과 일부 지역의 천연가스 부족 현상으로 에너지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월 3일 총선은 단순한 정치 지도자 선택을 넘어, 호주의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국가적 노선을 결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중 어느 한쪽만으로는 호주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와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떻게 나타나든, 호주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가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