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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위협, 인도 제조업에 새 기회 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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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세 위협, 인도 제조업에 새 기회 열어줄까?

인도산 26% 관세, 베트남·태국보다 낮아... "메이크 인 인디아 가속화"
전문가들 "일시적 기회를 지속적으로 전환하려면 신속한 개혁 필요"
4월 12일 인도 아메다바드 외곽에 있는 제약 회사의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4월 12일 인도 아메다바드 외곽에 있는 제약 회사의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관세 위협이 아시아 태평양 수출업체들을 뒤흔드는 가운데, 인도 산업계는 글로벌 제조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시적 기회를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전략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고 19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인도를 포함한 여러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선언하면서, 기준인 10%의 관세만 남게 되었다. 이는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미국과 더 나은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일시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관세 인상이 발효될 경우 인도 수출품은 26%의 관세를 부과받게 되는데, 이는 베트남(46%)과 태국(36%)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남아시아 국가에 상대적 우위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오랫동안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인도가 중요한 이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보인다.

지난 2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2030년까지 양국 무역을 4배로 확대해 5,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인도와 미국 무역대표부는 양자 간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도는 2014년부터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캠페인을 통해 제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중심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이러한 노력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경쟁국들이 보다 기업 친화적인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면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인도의 가장 큰 강점은 14억 인구의 거대한 내수시장이다. 무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규모 시장은 상품 판매 출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충격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어 장기적인 생산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분명한 이점이 있지만, 이 기회만으로 우리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인도 산업 연맹의 전자 제조 위원회 의장인 비노드 샤르마는 말했다. 그는 잠재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팬데믹 기간 동안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 휴대폰, 자동차 부품 및 기타 제조업체에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그 결과 애플은 현재 인도에서 아이폰 5대 중 1대를 조립하고 있으며, 2024-25 회계연도에만 2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인도 제조업은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0년에 도입된 230억 달러의 생산 연계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2025년까지 인도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25%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3월 현재 이 부문의 기여도는 14.3%에 그치고 있다.

INSEAD의 경제학 교수 푸샨 덧은 인도가 새로운 무역 환경에서 제조업을 성장시킬 기회를 갖고 있지만, 접근법을 재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반도체나 전자제품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조업보다 가치가 낮지만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애플 아이폰이나 반도체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보다는 대부분의 투입물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더 간단한 제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덧 교수는 말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이전하기 훨씬 쉽고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더 탄력적"이며, 청년 실업이 심각한 인도의 인구 통계를 고려할 때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더 크다"고 그는 지적했다.

전인도무역인연맹의 프라빈 칸델왈 사무총장은 "인도가 받는 혜택의 정도는 인도의 무역 및 산업 부문이 전략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시카고 대학교의 라구람 라잔 교수는 다가오는 무역 협상을 인도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무역 상대국들과도 관세를 더 광범위하게 낮출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의 매력과 우리가 낮은 관세로 미국에 진입할 가능성이 결합되면, 우리가 카드를 올바르게 사용할 경우 훨씬 더 많은 투자를 창출할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