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가 양국 협상 기회 제공..."빠른 개최가 관건"
전문가들 "아세안, 과거에도 중립 장소로 기능... 양측 체면 살리는 기회 될 것"
전문가들 "아세안, 과거에도 중립 장소로 기능... 양측 체면 살리는 기회 될 것"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콩 유엔 퐁 교수와 난양기술대학교의 조셉 친용 리오 교수는 올해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예정된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화 창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현재의 교착상태는 세계를 불안하고 위험한 곳으로 몰아넣고 있다"며 "국내 압력으로 인해 양국 지도자들이 무역을 넘어 다른 경제 분야로 갈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남중국해나 타이완 해협의 위기는 군사적 충돌로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항복하고 미국에 대한 수출품의 징벌적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자신과 면담을 모색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중국은 "끝까지 싸운다"는 의지를 보이며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교착 상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145% 관세를 연기하거나 유예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4월 11일 스마트폰, 컴퓨터, 반도체 등 전자제품(중국의 대미 수출의 약 25%를 차지)을 징벌적 관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양국 지도자들이 "체면을 살리면서" 대화할 수 있는 중립적인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세안의 강점은 소집 권한을 활용해 트럼프와 시진핑 또는 행정부 핵심 관료들을 쿠알라룸푸르로 초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도 아세안은 강대국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중립 장소를 제공한 바 있다. 1995년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장관급 회의에서 워렌 크리스토퍼 당시 미국 국무장관과 첸치첸 중국 외교부장의 회동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2000년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 포럼은 백남순 북한 외무상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첫 회담 장소가 되기도 했다.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에서는 아세안 대화 파트너들과의 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 아세안 지역 포럼, 아세안 플러스 1, 아세안 플러스 3 등 다양한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아세안의 대화 파트너로는 호주,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 인도, 일본, 뉴질랜드, 러시아, 한국, 미국이 포함된다.
이런 사전 협의된 회의는 경쟁 강대국들이 참여할 수 있는 귀중한 플랫폼을 제공하며, 두 강대국 모두 직접적인 대화 요청 없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외무장관이나 재무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아세안 행사에서 마주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양측은 의도적인 만남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현재의 불확실성을 10월까지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며, 아세안이 정상회의를 6월이나 7월로 앞당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세안의 2025년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아세안 회원국들과 대화 파트너들을 설득해 10월 이전에 긴급회의를 소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개최국이 직면한 물류 문제가 무엇이든 간에, 동남아시아와 전 세계가 처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혼란은 아세안이 나서서 이 순간을 포착하고 지속적인 관련성을 보여주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고 두 교수는 강조했다. 이들은 아세안 정상회의 조기 개최가 블록의 중심성과 지역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