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이후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미국 수출을 중단하고 유럽·남미·러시아 등으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미국 공영라디오 NPR이 20일(이하 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했다.
NPR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제품의 90%를 판매해온 광둥성 포산시의 미니 오븐 제조업체 ‘제로포인트 지능전기’는 이번 달 들어 사실상 가동이 멈췄다. 이 업체의 스티븐 장 영업담당 매니저는 NPR의 인터뷰에서 “원자재 공급을 끊고 근로자들을 전원 휴직시켰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광둥성의 가전업체 ‘갤스전기’ 역시 미국 수출 중단 사태를 맞았다. 믹서기·주서기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매니저 모니카 량은 “미국 고객사들이 전부 주문을 취소했다. 8개 컨테이너 분량의 제품이 이미 배를 타고 가는 중에도 취소 지시가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달부터 중국산 가전에 최대 145%의 기본 관세율을 부과했다. 이에 따라 광둥성의 또 다른 가전업체 ‘킨윙전기’는 미국 고객사들의 주문이 하루아침에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태를 겪었다. 잭키 장 매니저는 “다음 날 아침부터 고객들의 전화와 이메일이 폭주했다”며 “미국 시장은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NPR은 미국 무역대표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기준 미국의 중국산 수입액은 총 4389억 달러(약 610조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럽연합,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입처였다. 그러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반스-프리차드 수석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관세 수준은 2~3년 안에 양국 간 대부분의 무역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중국과 매우 좋은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중국 정부는 이번 관세 인상에 대해 “우스꽝스럽다”고 반발한 바 있다.
중국 수출업계는 내수 시장 확대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 다양한 전략을 시도 중이다. 톈진에 본사를 둔 한 자전거 제조업체의 장정강 매니저는 “국내 수요와 더불어 남미·유럽·러시아 등지의 시장도 공략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제품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품 특성상 내수 전환이 어려운 업계도 있다. 갤스전기의 량 매니저는 “중국에서는 주서기보다 뜨거운 음료가 인기가 많고 우리 제품은 유럽·미국 스타일의 디자인이라 중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며 “유럽 시장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킨윙전기는 우회 수출 경로도 검토 중이다. 장 매니저는 “멕시코,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제3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이를 통해 미국 시장에 우회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가 오는 7월까지 유예한 상황이어서 이 전략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