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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중국 경제 체질 개선의 '역설적 기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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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중국 경제 체질 개선의 '역설적 기회' 될 수도”

"중국 내수시장 분열 해소 촉진할 수도"...국내 장벽이 관세보다 더 큰 비용 초래
물류비용 GDP 14% 차지, 지방 보호주의 철폐로 연간 GDP 3-5% 효율 증대 가능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역설적으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역설적으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로이터
미·중 간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가 역설적으로 중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21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세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지 않으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미 현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단순한 무역 재균형이 아니라 중국의 경제적 부상을 체계적으로 저지하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만약 무역적자 축소가 미국의 실제 목표라면 해결책은 간단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원하는 반도체, 자동차, 기계류 등을 판매하면 된다. 2022년 중국은 121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해 최대 수입국이 됐으나, 미국은 오히려 수출통제를 강화해 2023년에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102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부양책으로 관세 충격을 완화하고 시간을 벌 수 있지만, 진정한 해결책은 자국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해소하는 데 있다. 그중 가장 큰 약점은 중국 내수시장의 분열 상태다.
약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각 지방의 극단적인 보호주의 사례가 많았다. 2009년 후베이성 공안현에서는 지역 담배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모든 공무원에게 현지 담배를 피워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졌고, 2006년 한촨현에서는 관료들에게 지역 경제를 위해 현지 생산 주류를 소비하도록 명령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의 중앙집권적 통치에도 불구하고 내부 시장이 지방의 장벽에 의해 분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GDP 성장을 최우선시하는 지방 관리들은 외부 경쟁자를 차단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보이지 않는 무역 장벽을 세워왔다. 이는 사실상 국내 관세 형태였다.

이런 내부 분열의 경제적 비용은 상당하다. 중국물류구매연맹에 따르면, 국내 물류 비용은 중국 GDP의 약 14%로, 세계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성(省) 경계를 넘는 농산물 선적은 최대 5번의 통관 검사를 받아야 하며, 부패율은 30%에 이른다고 한다.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는 이러한 내부 장벽으로 인해 중국이 연간 GDP의 3~5%를 손실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트럼프의 관세는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 GDP의 최대 2.4%를 감소시키는 데 그친다.

이러한 취약성을 인식한 중국은 2022년 '국가통합시장구상(National Unified Market Initiative)'을 출범시켜 지역 장벽을 해체하고, 규제를 간소화하며, 31개 성을 하나의 경제 블록으로 통합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진전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득권층의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 압박은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 내부 개혁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외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가장 빠르게 개혁한 사례가 많다. 무역전쟁의 압력이 오랫동안 중국 경제를 괴롭혀온 비효율성을 해소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의 앞길은 두 방향에 달려 있다. 첫째, 재정 부양책으로 단기적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다. 둘째, 통합 시장이 실현된다면 물류비용 절감과 기업의 전국적 확장 용이성 등을 통해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이는 해외 관세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경쟁 우위가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트럼프의 관세는 중국이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했던 내부 시장 분열 문제를 해소하는 외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니체의 말처럼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베이징의 궁극적 승리는 워싱턴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날씬하고 자급자족적이며 회복력 있는 경제로 부상하는 데 있을 수 있다.

무역전쟁은 분명 고통스럽지만, 지역 보호주의가 무너진다면 트럼프의 관세는 의도치 않게 중국이 진정한 통합 시장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중국 경제가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이며, 더 강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