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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관세 전쟁' 속 개발도상국과 연대 강화…미국 견제 외교 행보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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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관세 전쟁' 속 개발도상국과 연대 강화…미국 견제 외교 행보 확대

케냐·아제르바이잔 정상 잇따라 베이징 초청, 경제 협력 및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트럼프발 관세 폭풍 속 '우방' 규합, 다자주의 수호자 자처하며 미국 빈자리 공략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한 지 일주일 만에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왼쪽)과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국가를 만나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동남아시아를 순방한 지 일주일 만에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케냐 대통령(왼쪽)과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국가를 만나 중국과 개발도상국의 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대외 원조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발도상국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적극적인 외교 행보를 펼치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직후, 시 주석은 이번 주 베이징으로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과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을 잇따라 초청하여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속에서 중국이 '우방'을 규합하고, 다자주의의 수호자로서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외교 전문가들은 시 주석의 최근 행보를 서방 국가들과의 긴장 고조 및 고립 심화 상황 속에서 개발도상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워싱턴 소재 아프리카 전략 연구소의 폴 난툴랴 연구원은 1989년 천안문 광장 민주화 운동과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사례를 언급하며,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긴장, 반발, 고립에 직면할 때마다 개발도상국에 대해 더 강하게, 그리고 훨씬 더 집중하고 집중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 주석은 지난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를 잇따라 방문하여 경제적 유대 강화를 위한 수십 건의 협정에 서명하는 등 이미 활발한 대외 행보를 이어왔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은 국내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고, 미·중 양국이 고율 관세로 격렬하게 충돌하는 무역 전쟁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발도상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는 중국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는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난툴랴 연구원은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케냐가 중요한 국가로 부상한 아프리카의 소위 '우방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1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다시 베이징을 방문하게 된다.

그는 이번 방문을 통해 중국이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을 활용하여 케냐의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지원을 모색하고, 무역 및 기술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전체 무역 규모는 지난 10년간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2024년에는 2,95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깊어지고 있다.

한편,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역시 지난해 7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후 다시 한번 중국을 찾는다. 카스피해 인근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를 우회하는 중국과 유럽 간의 중요한 무역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한다.

미국 소재 싱크탱크인 차이나 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의 유니스 샤리플리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아제르바이잔은 재생 에너지, 전기 자동차, 통신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리더십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샤리플리 연구원은 아제르바이잔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린 러시아와 유럽 등 전통적인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과의 협력 강화는 아제르바이잔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그루지야를 포함하는 남부 코카서스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태양광 대기업 론지 그린 에너지 기술(Longi Green Energy Technology)과 전기차 제조업체 BYD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아제르바이잔이 석유 및 가스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다각화하는 것을 지원하는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이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에 앞서 중국 관영 신화사와의 인터뷰에서 자국의 국경 간 "중부 회랑" 교통 연결망이 재생 에너지와 첨단 기술 산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자 노력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과 아제르바이잔 간의 경제 협력이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에너지 및 첨단 기술 분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시진핑 주석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부 인력의 대폭적인 감축을 추진하고, 대외 원조 예산 삭감을 검토하는 등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 초안에는 거의 모든 아프리카 관련 사업을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경제 성장 지원, 글로벌 보건 증진,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아프리카 전략 연구소의 난툴랴 연구원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에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빈자리를 메우고,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 정책이 중국에 최근 베트남에서 시진핑 주석이 강조한 '다자주의의 수호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