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 등극 불구, 치열한 내수 경쟁에 해외 시장 공략 '가속'
비야디·샤오펑 등 최신 모델 공개, 지능형 주행 기술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정조준’
비야디·샤오펑 등 최신 모델 공개, 지능형 주행 기술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정조준’

23일 개막한 ‘오토 상하이’에는 약 1,000개의 국내외 브랜드 및 관련 업체들이 참가하여 최첨단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선보인다. 주최 측에 따르면, 언론 공개 첫 이틀 동안 190건 이상의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으며, 특히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빠르게 뒤흔들고 있는 중국 전기차(EV) 제조업체들의 성장세와 혁신 기술이 이번 전시회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선두 업체인 비야디는 고급 브랜드 양광(Yangwang)의 최신 모델과 덴자(Denza), 다이너스티(Dynasty), 오션(Ocean) 라인의 컨셉트카를 대거 공개하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경쟁사인 샤오펑(Xpeng)은 단 10분 충전으로 한 달간 출퇴근이 가능한 주행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전기 세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샤오미(Xiaomi) 역시 자동차 산업 진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공식 기자회견이나 곧 출시될 YU7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공개 계획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쇼 개막 전부터 회사 부스 밖에 긴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중국 브랜드는 올 1분기 중국 자동차 판매량의 약 70%를 차지하며, 미국, 일본, 독일 경쟁업체의 시장 점유율을 놀라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올해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입지를 더욱 위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의 거센 공세는 일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더욱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도쿄 소재 나카니시 연구소의 수석 분석가이자 베테랑 자동차 산업 관찰자인 나카니시 타카키는 "이 '중국의 도전'은 시장 제안의 특정 영역을 실제로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혼다와 닛산이 전기화 및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집중하고 있는 BYD와 같은 회사들에 의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반면, 토요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다른 소비자층에 어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서, 중국의 떠오르는 EV 스타들에게 내수시장에만 머무를 여유는 없어지고 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신에너지 차량의 평균 가격은 15만 8천 위안(약 2만 2천 달러)으로, 2023년 평균 가격보다 14% 하락했으며, 평균 가솔린 자동차 가격보다도 낮아졌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니오(Nio)는 이번 모터쇼에 전시될 새로운 소형 전기 해치백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인도 가격을 다음 주부터 11만 9,800위안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전 판매 가격보다 약 20%나 낮은 가격이다.
파이어플라이는 원래 유럽 시장을 겨냥해 개발되었지만,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한 관세 철폐 움직임을 보이자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오 CEO 윌리엄 리는 모터쇼에 앞서 기자들에게 2025년 하반기에 유럽에서, 연말까지 중국 외 약 20개 시장에서 파이어플라이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터쇼에 참석한 싱가포르 소재 자동차 소매업체 웨어네스-스타체이스(Wearnes-StarChase)의 동남아시아 CEO 안드레 로이는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말 싱가포르에서 파이어플라이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추진이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며 "우리는 많은 중국 브랜드와 논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한 새로운 145% 관세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미미하다는 점에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으로의 확장 기대감을 꺾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수입 급증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를 피하려는 다른 정부들의 노력 역시 중국 EV 업체들에게는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컨설팅 회사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의 승용차 수출량은 640만 대로 2위인 일본보다 50% 이상 많았다. 하지만 관세의 영향으로 수출 성장률은 지난해 23%에서 2025년 4%로 둔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자동차 및 산업 부문 글로벌 리더인 앤드류 버그바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중국 수출업체들에게는 밝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으며, 벨라루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버그바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중국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 변동성의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컨설팅 회사 오토모빌리티(Automobility)의 설립자 겸 CEO인 빌 루소는 전 세계적인 역풍에도 불구하고 중국 EV 업체들의 해외 진출 야망은 식지 않을 것이며, 현지 생산이나 파트너십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관세가 중국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비야디는 2분기 연속 글로벌 판매량에서 미국 경쟁사 테슬라를 앞지르고 있으며, 터키, 헝가리, 브라질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샤오펑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합작 투자를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 현지 생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니오 CEO 리는 모터쇼 기간 동안 여러 회사들과 파트너십 체결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릭스파트너스의 자동차 및 산업 부문 아시아 리더인 스티븐 다이어는 "중국 브랜드는 더 빠르고 저렴한 지능형 주행 솔루션을 추구하는 데 고유한 이점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 수집 및 처리 환경과 풍부한 소프트웨어 및 머신러닝 인력이 결합되어 중국 브랜드가 "시장에 출시하기에 '충분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며, 일부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브랜드로부터 배우고자 한다"고 제안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